천리안, 나우누리... 추억의 그 시절에 대한 회상 . . . 유가촌 (유머가 가득한 마을), 푸하, 모뎀 인터넷 시절. . .
이제는 인터넷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어진 그 시절 세상 살던 이야기를 AV툰모아에서 들려드립니다.
사랑할 수 밖에 없을때
그게 바로 사랑인거야.
- 사랑을 했다고 생각한 어느 한 바보가 -
< 1 >
" 너 나를 사랑해? "
" 응. "
" 그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어?"
" ..그건...음...으응."
" 정말이야? "
" 응. 그래. 정말이야."
하지만 정말은 아니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죽을 수 있다는 건
영화에나 나오는 얘기죠. 아니...요즘 영화에 이런 거 나오면 사람들은 소름
돋는다고 전부 나가버릴껍니다.
사랑하고 있습니다.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랑을 위해 죽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쉽사리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실제로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전 그럴 수 없으리란 걸 알기 때문이죠. 하긴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하지만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렇게...믿고 있습니다.
< 2 >
우린 어떻게 처음에 만났는 지 모릅니다. 남영역에서 친구를 기다리는데 이
놈이 1시간 넘게 안오는 겁니다. 그래서 할 일이 없어서 발로 땅이나 차고
있었는데 옆을 보니 어떤 한 여자도 저처럼 땅을 차고 있더군요. 그런데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얼굴.. 어디서 봤더라. 분명히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제가 자꾸 쳐다보니까 그 여자도 절 보더군요. 그러더니 뭘 곰곰해 생각하는
듯 하더니 저한테 다가오는겁니다.
" 저... 죄송한데요, 혹시 저 아세요?"
" 아뇨.. 그런데 어디선가 저 보신 적 없으세요? "
" 글쎄.. 저도 어디선가 본 것 같기는 한데.. "
" 어디서 봤죠? 저도 생각이 통..."
" 하여튼 보긴 본 거 같네요. 그런데 기다리시는 친구가 안오나 보죠? "
" 네.. 그럼 그 쪽도? "
" 네.. "
그리고 나서 바로 둘이 밖으로 나가서 커피 먹고 뭐 하고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은, 그냥 그러다가 제 친구가 와서 헤어졌어요. 하지만 늦게 온
친구놈의 목을 조르면서도 머리속에는 계속 생각이 맴돌았습니다.
어디서 봤더라...
< 3 >
우연이 많이 쌓이면 필연이 된다고 하죠. 제가 그 애를 다음에 본 건 한참이나
지난 어느 여름날이었어요. 대성리로 동아리 엠티를 갔었는데, 거기서 기차를
기다리던 다른 모임에 그 애가 있더군요. 왠지 엠티를 가게 되면 기분이
들뜨잖아요. 그래서 그랬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로 그랬는지 전 그 애에게
다가가서 아는 체를 했고, 그리고 나서 또 우연히 같은 엠티촌에 있다는 걸
알았고, 그 날 저녁 그 애가 토할때 등을 쳐 주면서...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알아갔습니다.
여름 방학이 지나고 우리는 소위 " 애인" 이라는 사이가 되었죠. 좋아하는
사이. 아니..사랑하는 사이. 사랑이란게 뭔지 모르지만 그냥 할 일 없을때
얼굴 생각나고, 같이 있으면 기분 좋고, 손을 잡으면 체온보다 더 따스한 게
느껴지면 그게 사랑아닌가요. 아니라도... 뭐 할 수 없죠 머. 제 눈에
안경이라고 그러잖아요. 근데 제 안경은 도수가 좀 높은가 봅니다. 하는
짓마다 다 이쁘게 보이니 이거야 원.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모르겠는건...
아직도 몰라요. 어디서 처음 만났는지.
< 4 >
오늘 오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넌 나를 위해 죽을 수 있어? 죽을 수 있어?
팔 하나 떼주는 것도 아니고..목숨을 바친다는 거면..
휘유. 아무래도 전 그런 사랑은 아닌가봐요. 아무리 생각을 하고 또 해도
목숨을 바칠수는 없는 것 같아요. 정말로 사랑하긴 하는데.. 그래도 역시
결론은 No.
하지만 우선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죽을 수 있다고 대답을 했으니, 결국 전
거짓말을 해 버린 셈이 된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 말을 듣고 그렇게 좋아하던
모습을 떠 올리면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안하기도 하고... 오늘 저희
집에 사촌 동생이 와서 집에 일찍 들어가야 하는 것 때문에 집에 바래다
주지도 못했는데..
아무래도 안되겠습니다. 돌아가야겠습니다.
< 5 >
헥헥 거리며 지하철을 바꿔타고 그 애의 아파트가 있는 대림동까지 가니 벌써
시간은 10시. 그래도 아까 어디 들렸다 늦게 들어갈꺼라고, 그래서 오늘 전화
못하겠다고 그랬으니 아직 집에 안들어갔겠죠. 그냥 집 앞 벤치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얼굴 보이면 가서 조용히 " 사랑해." 라고 속삭여 줄 껍니다. 쿠...
제가 이러는 거 엄마가 아시면 아마 며칠 밥 굶어야 될 껄요.
연애하는 사람들은 꼭 고양이 둘이 노는 것 같다고 하죠. 정말 그래요. 남들이
그러는 것 보면 소름이 쫙쫙 돋아도 자기가 그러면 그게 또 얼마나 좋은지.
지금 이러는 것도 남들 보면 정신 없는 놈이라 그러겠지만.. 인정해야죠. 정신
없는거.
그러면서 한 1시간을 기다렸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안오더군요. 이상하다.
얘네 집 통금이 10시 반이니까 이제 들어올 때가 지났는데 왜...
결국 벤치에서 일어나 버스정류장까지 걸어오는데, 아파트 저쪽 구석에서
남자들 몇이 여자 하나를 둘러싸고 있는게 보였습니다.
에이. 설마...
설마.
< 6 >
" 저기... "
" 넌 뭐야? "
" 아저씨들, 그러시면 사람 부를껍니다."
" 이 자식 지랄하네. 야! 안가? 참견말고 가. "
- 그 애는 겁에 질려 아무말도 못하고 있더군요.
" 그 애는 제 애인입니다. 그냥 놔 주세요. "
" 하, 이자식 웃기네. 그럼 뭐 우리가 그냥 놔줄것 같냐? 요즘 영화가 애들
망친다니까. 이런 **새끼야. 안꺼져? "
" 제발 놔 주세요.. 무릎을 꿇으라면 꿇겠습니다. 제발요."
" 푸하하하~ 니가 무슨 영화배우냐? 무릎을 꿇긴.. 이런 **할 새끼가. 너
죽고싶니? 너부터 죽을래? "
- 너부터 죽을래.. 너부터..
" 그럴 수 있다면 그러죠. 맘대로 하세요. "
" 하 요새끼봐라. 니가 우릴 우습게 아는 모양인데, 그래. 한번 니가 칼맛을
봐야 정신을 차리겠꾸만. 나 칼꺼내기 싫으니까 그냥 가라. 응? "
" 안됩니다... 아니 .. 안돼 이 개.자.식.들.아. "
" 어쭈구리! 이제 이게 맛이 갓구나. 내가 진짜로 못찌를 줄 아는 모양인데.. "
- 푸욱
" 재수 ** 없네. *발. 얘들아. 가자 가. 옴붙을려니까 별 거지같은게.. 퉤."
- 털썩
< 7 >
그 뒤로 어떻게 됐는지 하나도 생각이 안납니다. 배를 찔렸는데 아픈 것
보다도 피가 막 나오는게 너무 신기하다는 생각을 한 것 밖에는. 그 애가
그러는데 칼에 찔린 후 멍하니 서있다가 그냥 쓰러졌다고 그러더군요. 그리고
얘가 집으로 뛰어가서 아버지 불러서 차 타고 병원에 가고.. 그리고 여차저차
해서 지금 오른쪽 배 한구석에 그때 일 잊어버리지 말라고 긴 흉터 하나를
남겨버렸습니다.
그때 죽을 수도 있었다고 그러더군요. 그래도..전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전 거짓말장이가 아니거든요.
너
나를 위해
죽을 수 있어?
아니.
난
너를 위해
죽을 수
없어....
< 끝 >
추신: 이런 사랑을 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