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안, 나우누리... 추억의 그 시절에 대한 회상 . . . 유가촌 (유머가 가득한 마을), 푸하, 모뎀 인터넷 시절. . .
이제는 인터넷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어진 그 시절 세상 살던 이야기를 AV툰모아에서 들려드립니다.
" 아우, 추워. 정택아, 손 좀 잡아줘. "
" 어...응? "
" 추우니깐 손 좀 잡아달라구. "
" 아..알았어. "
언제나 이 모양이죠. 완전히 남자랑 여자랑 바꿔 놓은 것 같다니까요. 손도
제가 먼저 잡는게 아니구 민희가 먼저 잡구, 어깨 안는 것도 제가 먼저 하기
전에 제 손을 잡아다 자기 어깨 위에 얹어놓습니다. 이대로 결혼 한다면 100%
공처가 되는건데.... 그래도 좋습니다. 오히려 이런 제 성격과 잘 맞는 것
같으니까요.
" 바닥이 너무 미끄럽다.. 눈 내린게 다 얼어서 그런가봐. 우리 춥기도
하니까, 저기 까페 들어가서 차나 한잔 마시자. "
" 그럴까? "
어수룩하게 생긴 까페 문을 열고 들어가 구석 자리에 앉았습니다. 구석자리
좋아하는 건 저희만 그런 줄 알았는데 대부분의 까페를 가 보면 이미 구석은
다른 연인들의 차지더군요. 연인이 되면 바퀴벌레 습성이 생기는 건지 원...
으슥하고 컴컴한 거 좋아하는 건 바퀴벌레나 연인이나 똑같습니다 그려.
" 저, 차는 뭘로 드릴까요? "
" 난 유자차. 너는? "
" 난 커피. 비엔나 커피로. "
" 너 그렇게 달콤한 것만 좋아하면 살찐다. "
" 살 찌면 어떡할라구? 나 차버리게? "
" 몰르지 또.. "
" 야, 너~! "
" 저.. 손님. 잠깐만요. 이 남자분이 차실지 안차실지 한 번 점 보실래요? "
" 네? 점이요? "
" 저희 가게에서는 일인당 3000원 받고 점을 쳐 드리거든요. 사주나 관상도
돼고.. 궁합도 되구요. 한번 보세요. 잘 맞아요. "
" 그럴까요.. 정택아. 우리 점 한번 보자. 궁합으로. "
" 야, 무슨 궁합이냐.. 우리 나이에. "
" 그래도 한번 보자. 재밌잖아. 응? 응? "
" 알았어, 그래. 보자구. 으이구.."
핀잔을 주긴 했지만, 실은 저도 궁금하긴 했어요. 요새 까페중에서 이렇게 점
볼수 있는 까페가 몇군데 있다고 하던데.. 민희랑 저랑 궁합이 어떻게
되는지도 궁금하기도 하고..
" 자, 궁합 보겠다고 ?"
" 네. "
" 흠.. 어디 보자.. 자네 생년월일 읊어봐. "
" 1975년 11월 12일인데요. 음력으로요. "
" 거기 아가씨는? "
" 전 76년 3월 7일이요. 아, 전 양력이에요. "
" 그럼 음력으로는 2월 7일이 되겠구먼. 어디 보자.. 흐음.. "
괜히 긴장 되었습니다. 도대체 뭐라고 결과가 나올지 몰랐거든요. 병원에서
검사받고 기다리는 환자처럼, 저는 제발 좋은 결과 나오게 해 달라고
마음속으로 빌었습니다. 그러나....
" 이거.. 미안하게 됐네 그려. "
" 네? "
" 결과가 안좋은데.. 그래도 들을텐가? "
" .... 네. "
" 자네랑 이 여자분하고는 안맞아.. 궁합에서 보면 음과 양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데, 지금 보면 화주동저(火主凍低)라... 남자 기가 너무 세다네. 이
여자가 자네랑 사귀면 큰 액운을 당할꺼야. "
" 아니.. 말도 안돼요~!! 얘가 저보다 기가 세면 셌지 제가 얘보다 셀리
없어요~!!! "
" .... 정택이 너 그거 무슨 소리야? 왜 내가 너보다 기가 세?"
" 윽.. 그..글쎄, 아무튼 아니라니까요. "
" 그러게 내가 미안하다고 하지 않았나... 나 원 참.. 이렇게 안 좋은 결과
말할때는 나도 마음이 편치가 않다니까. 그냥 헛소리 들은 셈 치시게 그려. "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요, 쏟아진 커피인걸요. 그 점괘를 들은 날 민희는
집에 갈 때까지 기분이 좋질 않아보였어요. 당연하죠. 얘랑 사귀면 액운이
낀다는데 사귈 맘이 나겠어요? 그렇다고 그냥 믿지 말라고 하기에도 좀
그렇구.. 그 날 이후로 민희는 바쁘다며 절 1주일동안 만나주지 않았습니다.
불안했어요. 이거 정말로 이러다가 헤어지는 거 아닌가 하구. 그깟
점괘때문에..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무슨 수를 내야죠. 이대로 헤어질 순
없잖아요.
" 민희야, 나 여기 너희집 앞인데 좀 나와봐. "
" 나 빠뻐. 미안해. 지금 못나가. "
" 야, 좀 나와봐~!!! 중요한 얘기니까 제발. 응? "
" ..... 알았어. "
대충 오버코트를 하나 걸치고 민희는 집 앞으로 나왔습니다. 1주일만에 보는
민희.. 보는 순간 왠지 아찔하더군요. 얘랑 헤어진다면.. 전 견딜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 왜그래..? 무슨 일이야? 어머. 저 아저씨.. "
" 응. 전에 우리 까페에서 점 봐준 아저씨야. "
" 저 아저씨가 여기... 왜? "
" 그 점괘가 마음에 너무 걸렸거든. 그래서 다시 그 가게 찾아가서 궁합을
제대로 본 건지 확인했어. 그 다음은 아저씨가 직접 얘기하세요. "
" 그러니까 그게.. 아가씨. 죄송하게 됐습니다. 내가 음력을 잘못 계산했어요.
2월 2일이 아니구 2월 1일이더구만. 거 참.. 미안하게 됐수다. "
" .... 그래서요? "
" 그래서 다시 궁합을 보니까, 이건 이런 궁합도 없더구만.
천중지합(天中地合)이라, 하늘과 땅이 가운데서 합쳐지니, 음과 양이 조화를
이루어 평생 복 받고 살 팔자야. 이런 좋은 점괘를 그렇게 엉망으로 바꾸어
말을 했으니.. 미안하네. 정말 큰 실수를 했어. "
그렇게.. 민희는 다시 제 곁으로 돌아왔습니다. 지금은 예전보다 더해요. 넌
궁합이 나랑 딱 맞으니까 절대 안놔줄꺼라나. 그럼 궁합이 안맞아서
헤어질려구 했어? 라고 물어보면 배시시 웃고 맙니다. 이럴때면 그때
아저씨한테 준 돈 10만원이 아깝질 않다니까요. 점장이는 거짓말 못한다는 걸
10만원 쥐어드리면서 애걸복걸 사정했으니..
궁합이 안맞아도 좋습니다. 이렇게 한 여자를 사랑하는데, 궁합이라고
안바뀌겠어요. 손금도 살면서 세번 바뀐다는데, 민희랑 제 궁합도 바뀔껍니다.
에라, 안바뀌어도 좋습니다. 우린 행복하게 사랑하고 흰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아차. 검은 머리구나.
아무튼, 잘 살꺼라구요~!!! 꼭~!!
< 끝 >
추신: 80년대를 위하여도 계속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