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누리][버터빵] 골.목.길 (1127/37570)

추억의 유가촌(유머가 가득한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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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촌 레전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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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안, 나우누리... 추억의 그 시절에 대한 회상 . . . 유가촌 (유머가 가득한 마을), 푸하, 모뎀 인터넷 시절. . .

이제는 인터넷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어진  그 시절 세상 살던 이야기를 AV툰모아에서 들려드립니다.

 

[나우누리][버터빵] 골.목.길 (1127/37570)

AVTOONMOA 0 4,391


- 이제는 사라져 버린

마음 속의 골목길에서... -


내가 어렸을 때 할머니 집에 자주 놀러가고는 했다. 할머니 집은 성수동에
있었는데, 우리집과 이모집은 잠실이라 보통 이모네랑 같이 가고는 했다.

이모집에는 나랑 나이가 같은 사촌이 있었다. 나이는 같지만 내가 생일이
빨라서 그냥 형으로 불리우고 있었고, 내 동생은 나보다 한살 어려서 당연히
나를 형으로 불렀다. 그러니까 이렇게 세 명이 어울려 놀때는 맏형인 내가
대장이 되었던 것이다.

우리 셋은 참 잘 어울려 놀았다. 할머니 집 뿐이 아니고, 왕초이모 집이나
다른 고모, 이모 집에 놀러가면 항상 우리 셋은 어울려서 200원짜리 조립식을
사다가 개조를 해서 엉뚱한 모양을 만들기도 했고, 삼촌한테 생떼를 써서
떡볶이도 얻어 먹었고, 놀이터에 가서 다방구나 얼음땡을 하기도 했었다. 물론
내 주도하에. 왜냐하면 나는 대장이었으니까.

하지만 굳이 할머니 집에 놀러간 이야기를 하려는 이유는, 단독주택이었던
할머니 집에는 아파트 촌이었던 이모집이나 우리 집에는 없었던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골.목.길.

아주 좁은 길이 끝도 없이 구불 구불하게 이어져 있었고, 그 길들은 중간에
나뉘어 또 다른 골목길로 연결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좁은 골목길에는
어김없이 골목대장 순식이가 있었고, 고무줄 하는 미영이, 수진이, 정희가
있었고, 구석에서 소꿉장난 하는 정식이와 희영이가 있었고, 팽이 치기를 하며
자기 팽이는 무지개빛이 난다고 자랑하는 상진이가 있었고, 스케치북의
겉장으로 만든 거대한 딱지를 가지고 다른 애들의 딱지를 횝쓸어 가는
영욱이가 있었다.

우리들은 할머니 집에만 가면 신이 났다. 할머니 집부터 이어진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르는 골목길을 마구 돌아다니는 것이 우리들의 놀이였다. 일명
골목탐사. 이 길이 어디로 가는 길인지, 이쪽으로 빠지면 어떤 곳이 나오는지
샅샅히 알아내는 것이 우리 놀이의 목적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돌아다니다
보면 당연히 길을 잃어버리는 때도 있었다. 그러면 셋이서 쭝얼 쭝얼 누가
잘했는니, 잘못했는니, 아까 저 길로 돌았어야 했다느니 하는 불평을 하고서는
에라 아무 길로나 가자 해서 가다보면 또 아는 길이 나오곤 했다. 이제서야
생각하는 거지만, 아마 내가 길눈이 밝은 건 이때 길러진 길찾는 능력에서
나온게 아닐까 한다.

그 날은 이모가 할머니댁에 제사 음식 가져다 드린다고 가던 날이었다. 나와
동생과 사촌동생은 할머니 집을 간다는 말에 동네 애들과 땅따먹기 하던 것도
관두고 쭐레 쭐레 이모 뒤를 따라 나섰다. 그날따라 엄마는 일이 있으셔서
이모만 가셨던 걸로 기억된다. 할머니 집에 도착해서 할머니가 우리 주시려고
만드신 오징어 튀김을 질리도록 먹고 나서, 우리는 또 우리만의 골목탐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 골목으로 향한 건 지금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실수였다.

동물에게는 일정한 텃세권이 있듯이, 사람들에게도 알게 모르게 텃세권이 있는
것 같다. 괜히 어느 곳을 가면 내 집처럼 기분이 편하지만 어느 곳?nbsp ?nbsp가면
불편하고 왠지 위협받는 느낌이 드는 곳이 있다. 그리고 이런 텃세권 행사는
어린 시절에 더욱 강했던 것 같다. 그래도 그냥 위협받는다는 느낌 정도로
텃세권을 느끼는 거지만, 유독 텃세를 강하게 부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 사람이.. 그 애가 골목대장이라면..

그 골목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우리는 왠지 밖으로 나가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른 골목을 가면 애들이 노는 소리에 시끄러웠고 여기 저기 고무줄을
자르고 달아나는 남자 녀석과 그걸 끝까지 쫏아가서 꼬집어 버리는 여자애들이
보였지만 이 골목에서는 이?nbsp 贊構鍍?nbsp그런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하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고 우리는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골목 안으로 들어가 오른쪽 모퉁이를 도는 순간, 앞장서던 나는 무언가에 퍽
부딪혀 넘어졌고 눈을 들어보니 어떤 덩치 큰 아이가 우리를 가로막고 서
있었다. 그 뒤에는 몇명의 아이들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고, 그 덩치 큰
아이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 야. 너희 뭐야? "

" 우..우린.. "

좀 어버거렸던 것 같다. 겁이 났었으니까.

" 여기 우리 골목인데 니네 왜 왔어? "

" 저기..할머니 집에 놀러왔는데.. 그냥.. 돌아다니다.."

" 야. 이 **놈들이.. 니네 여기 사는 애들 아니지? 근데 왜 니네 맘대로
돌아다녀, 응? "

제일 어린 내 동생이 울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것이, 우리는 감히 사용하지
못하는 **라는 욕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입밖으로 내보내는데 쫄았기
때문이리라. 난 울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말을 할 정신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 우리 골목에 들어왔으니까 그냥 보낼 수는 없지. 야. "

야. 라고 하는 순간, 그 뒤에 있던 아이들이 우르르 나와서 우리를 마구
때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도망갈 생각도 못하고 그냥 움츠려서 맞기에
급급했다. 그러다가 그 순간?nbsp 〉?nbsp머리가 돌아가서, 지금 여기서 탈출할 방법은
저 덩치 큰 놈을 눕혀버리는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굽혔던
몸을 번쩍 일으켰다. 나 혼자 맞고 있었으면 그렇게 못했을 테지만, 내
동생들이 맞고 있다는 것 때문에 그런 용기가 생겼던 것 같다.

그 때는 태권도를 배운지 1년도 안되었을 때였다. 하지만 그 순간에 나도
모르게 겨루기 자세가 나왔고, 애들이 움찔 하는 사이에 밀어 찍기로 덩치 큰
아이를 발로 밀어버렸다. 나로서는 처음으로 해 본 발차기였다. 겨루기 할때는
보통 옆차기나 돌려차기, 앞차기만 하고 밀어 찍기는 사용을 하지 말라고
사범님이 그러셨다. 그래서 연습만 하던 발차기인데, 나도 놀랐다. 그
발차기의 위력이란.. 덩치 큰 아이가 휭 날아가서 반대편 벽에 부딛혔을
정도니까.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사람의 발은 자기 체중의 3배 정도는
날려버릴 수 있다고 한다. 암튼, 그렇게 자기네 대장이 날아가 벽에 부딛혀
버리자 모든 아이들의 동작은 정지 되었고 나도 달려가 더 때려줄 생각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 그러다가 그 애가 머리 뒤를 만져보더니 손에 피가
묻어 나왔다. 벽에 머리가 부딛혀서 그렇게 된 것 같았다. 그리고..

?nbsp 苡틴틴틴?~~~~~

골목을 울리는 우렁찬 울음소리. 나보다 한뼘은 더 큰 놈이 덩치에 걸맞지
않게 머리에서 피난다고 저렇게 울어대다니. 하지만 이건 지금 생각이고 사실
나도 그 애가 죽는 줄 알았다. 머리에서 피 나는 건 처음 봤기 때문에..
무릎이나 팔꿈치야 맨날 까져서 피나는걸 많이 봤지만 머리에서 피나는 건
처음 봤었다.

그리고 잠시 후, 애들은 뿔뿔히 흩어졌고 그 애는 벽에 기대 계속 울고만
있었다. 맞고 있던 내 동생과 사촌동생은 일어나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고,
나도 어찌 해야 할 지를 모르고 그냥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 뒤의 사태는 싸움하고 피나서 돌아온 여느 아이들이 만들어 내는 사태와
다를 바 없었다. 맞은 애 아줌마가 우선 출동하고, 그리고 그 아줌마가 자기
자식 파는 거 보고 광분하여 때린 애들을 마구마구 다구치고, 그럼 또 때린
애도 서러워서 울고, 그리고 아줌마가 니네 집 어디냐고 따져서 집으로 가면,
엄마는 또 나와서 우리애 왜 우냐고 그 아줌마한테 따지고, 그 아줌마는 댁의
아들이 우리 애 때려서 애가 이지경이 됐다고 따지고, 엄마는 애들이 크면서
싸울 때도 있는 거지 이걸 가지고 그렇게 고래 고래 소리를 지르냐고 따지고 ,
아줌마는 애들 싸우는데 이렇게 피가 나게 싸우냐고, 가정 교육좀 똑바로
시키라고 따지고, 엄마는 댁의 아들이 맞을 짓을 했으니까 맞았겠지 하면서
따지고, 머리에 피난 애는 보란 듯이 엉엉 울어대고, 그에 질새라 때린 애도
꺽꺽대며 엉엉 울어대고, 목소리가 조금 더 커지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고 구경을 하고, 그렇게 구경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가면 이젠 관중을
의식해서 질 수 없다고 결심한 두 엄마들은 집에서 먹고자서 살만 피둥 피둥
찐 여편네라는 둥, 치마도 저렇게 나풀거리는 거 입고 남자나 꼬실려고
그러?nbsp 윰캑?nbsp둥, 집도 이런 쪼그만데 사는 여자가 뭐 잘났다고 그러느냐는 둥,
그러는 당신은 얼마나 큰 집에 사는냐고 그러냐는 둥 온갖 소리가
흘러나오다가 남편이 대머리니까 세수할 때 편하겠다는 아주 가슴 아픈 곳을
찔리게 되면 머리끄댕이 붙잡고 싸우는 사태까지 벌어지기도 한다.

그 뒤로는 골목 탐사를 해 본 적이 없다. 그런 일까지 벌어지고서 어떻게 또
골목을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었으랴. 하지만 몇년 뒤 할머니 집도 잠실로
이사오시기 전에는 가끔 할머니 집에 갔었고, 할일이 없어진 우리는
골목탐사라는 모험심을 자극 하 는 놀이에서 구슬치기라는 소유욕을 자극하는
놀이로 종목을 바꾸어 여전히 재미있게 놀았다. 딱 한번 그때 싸웠던 애를 볼
수 있었는데, 물론 서로 모른 체 하고 쓰윽 지나갔다. 지나가는 뒷모습을 보니
뒤통수에는 아무런 흔적도 남아있지 않아서 안심을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있었다. 그 좁은 골목에 차를 끌고 들어오냐고 뒤에서
욕을 하는 할아버지의 소리가 있었다. 구슬치기에서 자기 구슬을 다
잃어버리고서는 딱 한개만 꿔달라고 조르는 소리가 있었다. 고무줄 자르고
도망가다가 잡혀서 비틀어 꼬집기를 당하?nbsp ?nbsp질러대는 남자애의 소리가 있었다.
얼음 땡을 하며 술래가 오기 전까지 얍삽하게 기다리고는 바로 앞에서
얼음이라고 외치는 소리가 있었다. 밤이 되면 전봇대에 숨어서 여학생이 집에
들어오기만을 기다리는 남학생이 내쉬는 한숨 소리가 있었다. 골목 끝 어두운
곳에서 첫 키스를 하다가 갑자기 대문이 열려 화들짝 놀라며 멋적어 하는
남녀의 소리가 있었다. 추운 겨울 밤, 찹쌀떡과 메밀묵을 외쳐대는 고학생의
소리가 있었다. 저녁 시간에 길을 걷다보면 이집 저집에서 풍겨나오는
김치찌개며, 계란후라이며, 갈치 튀김 냄새에 입맛을 ?nbsp 母척?nbsp소리가 있었다.

내 동생들과 신나게 돌아다니며 헤메던 골목길에는..

지금은 대부분 대로로 바뀌어 사라져 버린 골목길에는..

그런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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