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누리][버터빵] 사랑학 교수의 사랑 (하) (2704/37582)

추억의 유가촌(유머가 가득한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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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안, 나우누리... 추억의 그 시절에 대한 회상 . . . 유가촌 (유머가 가득한 마을), 푸하, 모뎀 인터넷 시절. . .

이제는 인터넷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어진  그 시절 세상 살던 이야기를 AV툰모아에서 들려드립니다.

 

[나우누리][버터빵] 사랑학 교수의 사랑 (하) (2704/37582)

포럼마니아 1 3,126

< 4 >

- 사랑은 기다림의 연속입니다. 약속시간에 늦는 그대를 기다리기도 하고,
삐삐를 쳤을 때 답장을 기다리기도 하고, 사랑의 고백에 대한 답을 기다리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기다림이 없으면 좋겠지요. 하지만 기다리는 동안에는 그
사람을 생각하게 되니까, 결국 기다림도 또 다른 사랑법일지도 모르겠네요.
기다려야 할 일이 생긴다면, 마음 편하게 당신의 그대를 생각하세요. 기다림이
끝날 때 더 소중히 아껴줄 수 있도록.

' 사랑의 완성 ' 90 page 중 -


' 그런데 왜 삐삐는 안오는 거야.. '

정 교수님은 계속 서재에서 침실로, 다시 거실로 왔다갔다 거리며 삐삐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누구한테 오는 삐삐냐구요?

' 그러니까, 종혁이라는 사람하고 잘 사귀고 있었는데... 이 사람이 변했다는
거지. 왠지 차가워 지고, 연락도 없고. 거기다 친구가 길에서 종혁씨랑 다른
여자랑 팔짱 끼고 가고 있는 걸 봤다는 말까지 들었으니 헤어지지는 소리가
나올만도 하지. '

정 교수님은 거실의 쇼파에 퍽 소리가 나게 몸을 던져 앉았어요.

' 희진이.. 별로 이쁘지는 않지만 참 생각하는 거나 말 하는게 괜찮은데.
종혁이란 사람은 왜 그 여자를 차고 다른 여자를 사귀려고 하는 걸까. 그
여자가 더 이쁜가. 하여튼.. 나도 남자지만 남자들이 이쁜 여자 찾는 건
알아줘야 한다니까. 사회에서도 이쁜 여자는 남자들의 친절한 대접을 받곤
하잖아.

그런데 왜 삐삐는 안오는거야? 오늘 연락 한다고 했잖아. 다시 만나기로 해
놓구서는 왜 연락이 없는거지? '

정 교수님은 괜히 울리지도 않는 삐삐를 원망스럽게 바라봤어요. 자기가
글에서는 기다림도 무슨 사랑의 일부라고 멋있게 써 놓구서는 실제로 그런
상황이 되니까 저 하는 짓 좀 보세요. 괜히 죄도 없는 삐삐를 째려 보질 않나,
연락 안온다고 조바심 나서 빙빙빙 돌아다니질 않나....

삐비비빅 삐비비빅~

왔다~!

정교수님은 번개같이 전화기를 집어 들고 음성 확인을 했어요.

" 저기.. 저 희진인데요.. 내일 6시에 '그리고'에서 뵐 수 있을까요? 드릴
말씀도 있고.. 연락해 주세요. 그럼 끊습니다. "

내일 6시라..약속 없으니까 가능 하지.

정 교수님은 얼른 내일 6시에 보자는 삐삐를 희진씨에게 남겼어요. 그리고는
팔 다리를 쫙 피면서 소파에 머리를 기댔어요.

' 내일 보면 벌써 9번째 보는 건가. 그런데 이상하단 말야. 내가 뭐라고 자꾸
그 여자한테 신경을 쓰지. 난 명목상으로는 단지 종혁이란 사람 친구로 되어
있는데, 내가 희진씨를 다시 볼 이유가 없잖아. 그냥 그 날 얘기 들어주고
종혁이 그런 애 아니라고 대충 얼버무려 줬으면 됐지, 또 뭘 하려고 이렇게
계속 만나고 있지. 물론 희진씨가 나랑 이야기 하면 참 편하다고 그래서 자주
보기는 하지만, 만나면 전부 종혁이란 사람 이야기 하고 난 그 이야기
들으면서 상담해 주는 것 밖에 없잖아. 나도 물론 희진씨랑 이야기 하면
편하고 즐겁기는 한데.. 참 내.. 이러고도 사랑학 박사라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 '

피식 웃음을 지으며 교수님은 쇼파에서 일어나 커피를 마시기 위해 부엌으로
갔어요. 그리고 찻잔에 커피 두 스푼, 설탕 두 스푼, 프림 두 스푼을 넣고
뜨거운 물을 부운 뒤 향기를 한 번 맡아보고는 천천히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정 교수님이 커피 마시는 걸 지켜보고 있는 눈빛이
있었으니, 그들은 부엌에 사는 바퀴벌레 두마리였어요.

" 야. 저 사람 커피 마신다. 설탕도 넣는데? "

" 저 설탕 내가 3일 전에 돌아다니면서 먹던건데. 그거 알면 저 사람 토하고
난리 나겠지? "

" 모르니까 먹지 알면 먹겠냐? "

" 그런데 너 요새 바순이하고는 잘 안된다면서? "

" 몰라. 그 계집애가 요새 옆집 바철이하고 썸씽이 있는 것 같아. 바람 피기만
해 봐라. 더듬이를 짤라 버릴껴. "

" 그나저나 이 집 소독날이 며칠 안남았지? "

" 매달 15일에 소독하니까, 그 날쯤 해서 옆집 바퀴벌레들한테 인사도 할 겸
잠시 갔다 오지 뭐. "

" 그럼 그 때 바철이 그 놈한테 얘기를 해. 바순이 만나지 말라고. "

" 글쎄..그럴까.. "

바퀴벌레 두마리의 대화가 한창인 가운데, 정교수님은 분위기를 잡으며 커피를
마시고 있었어요.

홀짝.




< 5 >

- 사랑의 고백은 오랜 시간동안 마음 속에서 생각을 한 다음에 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신이 정말 그 사람을 사랑하는지, 그리고 그 사람도 나를
어느정도 좋아하고 있는지 확신이 선 다음에 고백하세요. 자신이 스스로의
사랑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고백을 한다면, 그 고백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울리기는 힘이 들테니까요.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생각만 해도
안되겠지요. 일단 확신이 서면 빨리 이야기 하세요. 달아오른 당신의 사랑이
식지 않도록 말이에요.

' 사랑의 완성' 193 page 중 -


정 교수님은 기분이 좋았어요. 오늘따라 학생들이 수업을 열심히 들어서
그렇기도 했고, 해외 학술지에 정 교수님의 논문이 실리게 되었다는 통보를
받기도 했거든요. 하지만 이런 좋은 일 보다도 아마 희진씨를 보게 된다는 것
때문에 기분이 좋으셨을 꺼에요.

약속시간에 조금 늦은 6시 10분에 정교수님은 '그리고' 앞에 도착했어요.
그리고 얼른 문을 열고 안에 들어섰는데..

어. 희진씨 표정이 왜 저렇지.

정교수님을 보면 환하게 웃어주던 희진씨가 왠지 표정이 이상했어요. 우울한
것 같기도 하고, 왠지 당황스러워 하는 것 같기도 하고..

" 안녕하세요? "

" 아.. 오셨군요. "

" 그런데.. 혹시 무슨 안좋은 일이라도? "

" 실은.. 저 어제 종혁씨한테 전화 걸었었어요. "

" 아... 그래서.. "

" 그냥.. 어떻게 살고 있나 궁금하기도 하고.. 그래서 걸었는데.."

" 걸었는데? "

" 남이씨.. 종혁씨 친구분 아니죠? "

아차!!!

" 그.. 그게.. "

" 정 남이 교수님 맞으시죠? 책 쓰시는 분. "

" 실은.. 네. 맞아요. "

" 왜 거짓말 하셨어요? 아니.. 그것보다, 어떻게 절 만나게 되신 거에요? "

" 그 날 종혁씨한테 치신 삐삐가.. 실은 잘못 와서 저한테 왔어요. 그런데
내용을 들어보니 계속 기다리실 것 같아서 왔는데.. 삐삐 잘못 받고 왔다는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더군요. 믿어주실 것 같지도 않고.. 그래서 거짓말을
하게 되었네요. 죄송합니다. "

" 저 많이 놀랐어요. 어쩜 그렇게 속이실 수가.. 그럼 지금까지 종혁씨에
대해서 한 말이 전부 거짓말인거에요? "

" .... 네. 죄송..합니다. "

정 교수님의 심리상태: 가슴이 뛰고, 뭐라 할 말이 없다. 처음에 거짓말을
하지 말껄 하는 생각부터, 지금 희진씨가 도대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무슨
사기꾼으로 생각하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되고... 그리고 이렇게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게 왠지 굴욕적인 것 같아 괜히 화도 나고..

" 그런데.. 그럼 왜 저를 계속 만나신 거에요? "

" 그건.. "

끼익.

갑자기 문이 열리며 어떤 남자가 '그리고' 안으로 들어왔어요. 지금 이 심각한
상황에서 아무 상관 없는 남자가 나타날 리는 없으니까, 이 사람 누군지 짐작
가시죠?

" 종혁씨. 여기에요. "

" 엇... "

" 여기 이 분이 정 남이 교수님이세요. 교수님. 여기는 종혁씨구요. "

" 안녕하세요? "

" 네.. 안녕하세요? "

" 종혁씨 앉아요. "

" 그러지. 그런데... 교수님? "

" 네. "

" 나 원래 이 자리 안나오려고 했는데, 교수님이 제 친구 행세를 했다고 해서
나왔습니다. 왜 제 친구라고 속이신 겁니까? "

" 그.. 그게.. "

정 남이 교수님 = 궁지에 몰린 쥐.

" 제가 사랑에 대한 글을 쓰고 있어서.. 왠지 두 분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

" 교수님이 뭔데 남이 연애하는데 끼어듭니까? "

" 죄송합니다.. "

정 남이 교수님 = 쫄아든 오이지.

" 그리고 확실히 말하겠는데, 희진아. 우리 다시 만나는 일 없도록 하자. "

" 종혁씨. 나 한가지만 물어볼께요. 종혁씨 다른 여자 생겨서 그런 거에요? "

" 뭐.. 알고 있었군. 그래. "

" 그 여자가 나보다 더 좋아요? "

" 응. "

짝~!

교수님도 놀라고, 종혁씨도 놀랐어요. 갑자기 희진씨가 자기 뺨을 자기 손으로
때렸거든요.

" 야. 너 미쳤어? 왜그래? "

" 나 혼내는 거에요.. 내가 잘못했으니까 종혁씨가 떠나갔을테니, 나를 때려서
스스로 혼내는 거에요. "

" 뭐야? 야, 그러지 마. 괜히 사람 부담스럽게 왜 그래? "

짝~!

" 야~! 하지 말라니까~! "

종혁씨가 희진씨 팔을 잡았어요. 그런데 그 팔을 뿌리치고 또 뺨을 때리는
거에요. 그걸 지켜보고 있던 교수님은 화가 치밀어 올랐어요. 다른 여자
좋아서 떠난 남자한테, 자기가 잘못해서 떠난 거니까 자기 죄라고 말하는 착한
여자가 세상에 어디 있겠어요. 이런 여자를 울리는 종혁이란 놈한테, 우리 정
교수님 열받았습니다. 우어어어어~!!!

벌떡.

" 야 임마~! "

" 어? 뭐요? "

" 너 종혁이란 놈~! 너 뭐냐? "

" 아니 이 아저씨가 어디서 반말이야? "

" 야 임마. 너 이런 여자가 어디가 싫다고 다른 여자 만나면서 이 여자 울려?
이렇게 착하고 생각 깊은 여자가 또 있는 줄 알어? "

" 당신이 무슨 참견이야~! "

" 어짜피 참견한거 계속 참견 하자. 너 이 자식, "

" 교수님.. 앉으세요... "

" 이거 놔요. 희진씨. 이런 남자 뭐가 좋다고 사귀고 그랬어요? 이런 싹수
노란 놈을! "

" 아니 이 아저씨가 돌았나? 왜 그래, 왜? 아 그렇게 좋으면 교수 니가
사귀든가? 난 일 없어. "

아. 그거 좋은 방법이네요. 둘이 사귀면 되지.

" 희진씨. 이래뵈도 나 좋은 사람입니다. 나랑 사귀자구요. 네? "

" 교수님.. "

" 그래. 둘이 잘 해봐라. "

휙.

더러워서 참내.. 퉤. 라는 말이 들리며 종혁씨는 사라졌어요. 그리고 하도
열을 내서 얼굴이 벌개진 정 교수님과 어찌할 바를 모르는 희진씨만 남았죠.

" 죄송합니다. 제가 열을 받아서.. "

" 아니에요. 교수님.. 고마워요.. "

" 괜히 제가 끼어들어서 두 분 사이를 더 엉망으로 만들었네요. 죄송합니다. "

" 여기 손수건.. 땀 닦으세요. "

" 고마워요. 참 내.. 뭐 저런 자식이 다 있어.. "

" 그런데 교수님? "

" 네? "

" 저.. 아까 그말 진심이세요? "

" 무슨? 아.. 저랑 사귀자는 말이요? 네. 진심입니다. "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정 교수님 책에 보면 사랑한다는 고백은 시간을 두고
생각한 다음 말하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난데 없이 사랑 고백을 하는
걸 보면.. 정 교수님 책 말짱 꽝이네요. 꽝.

" 전 별로 이쁘지도 않구.. 착하지도 않은데.. "

" 제 이름이 정 남이 입니다. 정나미 떨어지는 이름이죠? "

" 네? 풋.. 아니에요. "

" 제가 제 이름을 걸고 맹세하는데, 저한테 정나미 떨어지는 일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잘 사귀어 봅시다. 네? "

희진씨는 얼굴이 빨개져서 고개를 끄덕였어요. 장하다 정 교수님, 훌륭하다 정
교수님~!




- epilogue -

다음은 문화계 소식입니다. 사랑에 관한 일련의 책을 쓰신 정 남이 교수님이
오늘 절필을 선언하셨습니다. 왜 절필을 선언하셨는지, 인터뷰 내용
들어보시죠.

" 안녕하세요, 정 교수님? "

" 네. 안녕하세요? "

" 오늘 절필 선언을 하셨다고 들었는데요, 사실입니까? "

" 네. 사실입니다. "

" 왜 그런 선언을 하신 거죠? "

" 실제로 사랑을 해 보니 사랑이라는 것은 개념을 정의 할 수가 없더군요. 제
자신이 제가 쓴 글과 다른 행동을 하는 걸 느끼면서 제 글에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고, 그래서 절필을 선언하게 되었습니다. "

" 그렇다면 지금까지 한번도 사랑을 해 본적이 없으셨다는 말씀이세요? "

" 솔직히.. 네. 그렇습니다. "

" 그럼 이제 사랑을 시작하셨나 보군요. 축하드립니다. "

" 네.. 감사합니다. "

사랑학 박사이신 정 남이 교수님이 사랑을 해 본 적이 없는 것은 참
의외인데요. 아무튼 행복하시기를 빕니다. 그럼 다음 소식.

출판계에 버터빵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연일 계속되는 매진 행렬로 출간
일주일만에 벌써 10만권 이상 팔려나갔다는 소식인데요, IMF 한파로 얼어붙은
출판계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핫. 핫. 핫. 죄송함다. -_-;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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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AVgirl쭈리❤️ 21-10-28 21:26
섹스는 자연의 일부다. 난 자연에 동의한다ㅎㅎ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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