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누리][버터빵] 그녀의 관상을 보았지(상) (3327/37582)

추억의 유가촌(유머가 가득한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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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촌 레전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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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안, 나우누리... 추억의 그 시절에 대한 회상 . . . 유가촌 (유머가 가득한 마을), 푸하, 모뎀 인터넷 시절. . .

이제는 인터넷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어진  그 시절 세상 살던 이야기를 AV툰모아에서 들려드립니다.

 

[나우누리][버터빵] 그녀의 관상을 보았지(상) (3327/37582)

포럼마니아 1 6,877

< 1 >

저는 읽던 책을 집어 던지고 음악을 틀었습니다. 요새 유행하던 음악이라고
하는데, 신나는 리듬에 경쾌한 박자로 기분을 흥겹게 하는 노래였지만 저는
전혀 신나질 않았습니다.

' 그러니까 天紋(천문) 위에 다시 천문이 생기는 경우에는 신분상의 일이나
상사의 일에 변화가 생기는데, 地紋(지문) 밑에 지문에 생기는 경우에는
이사수가 많다 이거지. 이마에 곤두선 주름은 그리 좋게 판단할 수가 없고,
天人地(천지인)의 三紋(삼문)으로 나누기 힘들기 때문에 가운데의 주름만으로
판단하면 되는 것이고... 이마에 주름이 많은 사람은 고생이 많다고 하는데
이는 삼문의 천지를 부모로 하고, 인문을 나로 하고, 다시 천문을 윗 사람으로
보고, 지문을 손아래로 했을 때 삼문이 혼란해서 갖추어지지 못하는 것이
자기의 친척에 맞지 않다는 생각에 의거한 것이고.... 휴. 어렵다 어려워. '

틀어놓은 음악은 어느새 한번이 끝나고 다시 한번 나오고 있었습니다. 생각에
머리가 아파 그냥 음악을 끄고 팔베개를 한 채로 바닥에 누웠습니다.

벌써 대학교 3학년. 공대생인지라 다른 아이들은 무슨 벤쳐기업을 차린다는
둥, 또 전기적인 현상을 연구해서 특허를 받겠다는 둥 여러가지로 먹고 살
걱정들을 하고 있었지만 저는 그렇질 못했어요. 우연히 대학교 1학년때 사주와
관상에 관한 책을 보게 된 이후로 학교 공부보다는 이런 관상과 손금을
공부하는 것이 훨씬 재미있었거든요.

특히나, 관상을 공부하는 것은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길거리를
지나가다 보는 수많은 사람들이 제 공부에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죠. 이 커플은
남자가 이야기를 하는데 눈썹이 움직이는 걸 보니 윗사람과 의견이 안맞는
일이 많고, 어버이의 뒤를 이을수도 없겠군. 여자는 입의 모서리가 조금
올라갔기 때문에 평생 먹을 걱정은 없고, 직업도 안정되어서 편안한 일생을
보내게 될텐데. 여자가 아깝다 아까워.

이런 생각들을 하고 사람들을 보니 어느 때는 도움이 되지만, 어느 때는 괜히
관상을 배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나를 해치려는 사람들이나, 또는
관상이 너무 나빠서 가까이 하는 사람마져 운이 나빠지는 사람들 같은
경우에는 피할 수 있으니 도움이 되는 것이겠죠. 하지만 관상을 공부하기
전에는 몰랐는데 친한 친구가 나랑 관상이 안맞는 걸 알게 되면 대하기가 참
난처합니다. 이럴 때면 차라리 모르는 게 더 나을 뻔 했다 라는 생각이 들죠.

휴.. 처음 공부할 때는 잘 몰랐는데, 하다 보니 정말 관상과 손금을 공부하는
것은 끝도 없더군요. 이제 조금 알겠다 싶으면 같은 관상에 대해 더 깊은
견해를 내는 책을 보게 되고, 그럼 지금까지 알던 지식에 덧붙여서
검토해보고, 다른 사람들의 관상을 본 결과에 맞추어서 제 나름대로의 생각을
정리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으니까요. 지금도 천문과 지문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느라 머리가 아퍼 죽겠습니다.

머리도 복잡한 김에 오랜만에 텔레비젼을 보면서 뜨거워진 머리를 좀 식히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그리고 텔레비젼을 켜는 순간, 아까 제가 모르고 틀었던
음악이 나오더군요. 지금까지는 음악만 듣고 누가 부르는 지 몰랐는데, 이제
보니 참 이쁜 아가씨가 그 노래를 부르고 있었어요.

와.. 이쁘다~ 하면서 그냥 기분 좋게 보고 있는데...

어! 저..저거 저러면 안되는데!! 눈썹의 털이 굵고 검으며, 어지럽게 난
눈썹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분명히 한번 파산하게 되어 있는데. 아무리
초년운이 좋더라도 한번 큰 실패를 하게 될텐데.. 이런...

우연히 텔레비젼에서 보게 된 아가씨가 그렇게 나쁜 관상을 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 부터 제 마음은 콩닥 콩닥 뛰기 시작했습니다.

보니까 눈썹이 어지럽기는 해도 눈썹을 좀 뽑고 다듬으면 그렇게 엉망인
관상은 아니게 될텐데. 지금까지는 다른 눈이나 법령이 하도 좋아서 저렇게
성공한 것이겠지만 앞으로 한번 분명히 실패할텐데.. 이걸 가르쳐 주어야
할텐데 어쩌지..

괜히 생판 모르는 사람의 일에 관계한다는 것도 우습지만, 제가 하필 그
시간에 텔레비젼을 보았고, 하필 그 때 나온 가수가 제가 제일 자신있게 보는
눈의 관상이 나쁜 가수라는 것이 그저 우연으로는 여겨지지 않았습니다. 그래.
이것도 운명일게다. 어떻게든 알려주어야 할텐데..

그런데 어떻게 알려주지?





< 2 >

무작정 찾아온 방송국 앞. 수많은 여학생들이 꽃다발과 커다란 글씨가 씌 여진
종이를 들고 오들오들 떨며 방송국 앞 길을 점령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하는
가요 프로그램을 보러 왔나 보죠. 요새 나오는 가수들은 한명씩 나오는 경우가
거의 없고 몇명씩 무더기로 나오니까 누가 누군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특히나
저처럼 텔레비젼 잘 안보는 사람 같은 경우엔 더 그렇죠. 길가에 앉아서
좋아하는 가수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학생들을 보니 한편으로는
안쓰럽고, 한편으로는 좋아하는 대상에 대해 저렇게 열정적일 수 있다는 것이
부럽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그 방송을 보고 난 뒤에 오늘 무작정 방송국으로 오기는
했는데, 도저히 들어갈 방법이 없었어요. 원래 어느 건물에서든 제일 무서운
사람은 경비아저씨라고 하잖아요. 저 수많은 여학생들도 못들어가고 있는데
제가 가수 아가씨 만나러 왔다고 하면 과연 들어보내 줄까요? 아마 안되겠죠.
그래도 여기까지 온게 아까와서라도 들어가야 할텐데..아니. 꼭 그 아가씨를
만나서 어제 본 관상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어야 할텐데..이거 어떻한다.....
아!

" 저기, 아저씨? "

" 응? "

" 아저씨 요새 기분이 별로 안좋고 하는 일들이 잘 안풀리죠? 아저씨 아들이
학교 문제 때문에 걱정을 시키나 보죠? "

" 뭐..뭐? 아.. 아니... 그걸 어떻게 아나. 아니, 그것보다 자네 누구야? "

" 네. 저는 실은 관상을 공부하는 사람인데요, 오늘 라디오에서 인터뷰를
하기로 했거든요. 그래서 좀 들어가 보려고 하는데요. "

" 어느 프로인데? "

아차차.. 뭐라고 하지..

" 어? 아저씨. 아저씨 인중을 보니 중년운이 참 좋으신데요? "

" 으응? 그래? "

" 네. 인중이 깊고 끊어지지 않은 것이 지금은 몰라도 나중에 사업을 하시면
꼭 성공하실 꺼에요. "

" 하긴...내가 요새 음식점을 하나 하려고 하는데.. 잘 되겠나? "

" 그럼요! 수운이 뻗치고 지운이 동조하니까 먹는 장사를 하면 꼭 잘되실
꺼에요. "

" 그렇군.. 거 참 신기하네.....그래도 좋다니까 좋은 걸. "

" 저, 이제 들어가도 되죠? "

" 아, 그래. 어서 들어가 봐. 그것 참... "

아내에게 음식점 차리려던거 예정대로 하자고 전화를 걸러가는 경비아저씨를
뒤로 하고 전 방송국 정문으로 달려갔습니다. 일단 들어가기만 하면 대충
사람들에게 물어볼 수 있겠죠. 어디서 가요프로그램을 녹화하는 지만 알면,
슬쩍 대기실에 들어가서 말해주면 될 껍니다.

아가씨야 기다려라, 백마 탄 관상장이가 간다~!





< 3 >

일단 방송국 안에 들어오니까 뭐라고 막는 사람이 없었어요. 1층부터 여기
저기 돌아다니는데, 텔레비젼에서만 보던 사람들을 실제로 보니 참
신기하더군요. 생각했던 것보다 잘생긴 사람도 있고, 덜 이쁜 사람도 있고...
아무튼 관상들은 대체로 다 좋던데요. 하긴, 방송일 같은 사람을 보는 직업을
하려면 관상이 나빠서는 안되겠지.

이건 참 신기한 일인데요, 관상을 아얘 볼 줄 모르는 사람들도 느낌으로
관상이 좋은지 나쁜지 대충 아나봐요. 잘생기고 이쁘다는 게 실은
관상학적으로도 좋을 때가 많거든요. 특히나 사람들을 대하고, 계속 얼굴을
브라운관에 내보여야 하는 연예인들 같은 경우에는 관상이 좋지 않으면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알아서 외면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아무튼, 그렇게 돌아다니며 찾아보려고 했지만 도저히 찾을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물어 겨우 가요 프로그램을 녹화하는 스튜디오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몰래 녹화장 뒤쪽으로 갔죠. 설마 이사람이 가수
좋아해서 따라다니는 사람은 아니라고 봤는지 지키고 서 계시는 분도 절 잡지
않으시던데요. 그리고 대기실로 들어서는 순간, 갑자기 문이 확 열리며 어떤
아가씨가 급한 걸음으로 밖으로 나왔습니다.

어! 그 아가씨다!

" 저..저기요.. "

" 누구세요? 저 급해요. "

" 저..저기.."

실제로 보니까 말이 잘 안나와요!!! 떨리더라구요, 생각보다.

" 실은 제가 관상을 보는데.."

" 다음 제 차례거든요. 나중에 얘기하죠. "

걸음을 빨리 하며 아직 이름도 모르는 그 아가씨는 무대로 올라갔어요. 그리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는데.. 뭐라 말을 해야 할까.. 열심히 춤을 추며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니 그 열정이 배어난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태어나서
그렇게 이쁜 여자도 처음이었고, 그렇게 노래 잘 부르는 여자도 처음이었던
지라 그냥 그 아가씨 모습을 보기 바빠서 관상이고 뭐고 생각이 나질 않았어요.

그런데 문득 무대 옆을 보니 전기를 공급하는 트랜스가 보였는데 거기에
공급되는 전압이 정격 전압보다 높은 것이 보였어요. 워낙 공부를 안하긴
했지만 그래도 기초적인 것은 알거든요. 저거 위험하겠다 생각이 들었는데,
갑자기 계기판의 바늘이 확 올라가는 것이 보였어요.

합선이다!!!

순간, 저는 몸을 날려 무대로 올라가 아가씨가 쥐고 있던 마이크를
던져버렸어요. 그리고 동시에, 뒤에서 연주하던 전기기타에서 스파크가 나면서
기타를 연주하시던 분이 쓰러지셨죠. 방청석에서는 비명이 터져 나오고,
지켜보시던 분들은 허둥지둥 응급차를 부른다, 소방관을 부른다 하면서 상황은
급하게 돌아가고 있었어요.

그 아가씨는 노래부르다 이게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고 멍하게 서 있었고,
던져진 마이크에서 스파크가 나면서 펑 터지는 순간...저를 바라보더군요.

" 저..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 저도 감사합니다. "

- 응? 뭐가 감사해? 정신 없구만, 지금.

" 네? 뭐가 감사하세요? "

" 이렇게 저랑 운명이 교차하게 된 것을 감사드리는거에요. "

- 아무튼 말 지어내는 데는 뭐 있다니까.

" 저..아까 얼핏 듣기에 관상이 어쩌구 하신거 같은데.."

" 네. 제가 관상을 공부하는데요, 아가씨 관상에 관해서 꼭 드릴 말씀이
있어서.. "

" 그래요? 그럼 잠깐 나가서 얘기를 들을까요? "

" 네. 그러죠. "

그리고 내려가려는 순간, 저기서 방송을 지켜보다가 잠시 화장실에 갔던
매니져 아저씨가 허겁지겁 달려오는 것이 보였어요.

" 야! 괜찮니? 괜찮아? "

" 네. 이 분이 구해주셔서.. 괜찮아요. "

" 고맙습니다. 이거 참.. 어떻게 사례를 해 드리나.."

저도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모르겠어요.

" 저.. 이 아가씨랑 딱 한번만 데이트를 하면 안될까요? "

" 네? 그건 안돼죠!! "

저도 왜 그런 말이 튀어나왔는지 몰랐지만, 그래도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매니져 아저씨는 안된다는 말을 하셨어요. 그런데 그 아가씨가...

" 제가 이 분이랑 데이트 하면 왜 안돼요? "

" 뭐? 야, 너 그러다가 신문기자들한테 들키면 안되는 거 알잖니? "

" 그래도 하고 싶어요. 저를 구해주신 분 소원이신데. 그리고 이 분이 관상을
공부하셨는데, 제 관상에 대해 얘기 해 주실 게 있으시대요. 어짜피 내일
스케줄 비니까, 만나게 해 주세요. 네? "

" 허 참... 모르겠다 나도. 그럼 네가 알아서 하렴. "

" 그럼 우리 내일 만나요. 이거 제 핸드폰 번호에요. 지금은 좀 정신이
없으니까.. 오늘 저녁에 다시 연락해 주실래요? "

" 네, 그럴께요. 그런데.. 저기.. "

" 네? "

" 물어볼께 있는데.."

" 물어보세요. "

" 저..저기... 죄송한데..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

기껏 데이트까지 신청해놓고 이름을 몰라서 물어보는 제가 이해가 안되었던지
그 아가씨는 한껏 웃고 말해주더군요.

" 나가서 신문 사보세요. 그럼 잘 가요, 아저씨~ "

그리고 그 아가씨는 매니져와 함께 총총걸음으로 사라졌습니다. 전 그냥 무대
뒤켠에 서 있었구요.

근데.. 우씨..

나 아저씨 아니다 머!!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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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AVgirl쭈리❤️ 21-10-28 21:34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지만... 길에 앉아 우는 것보단 벤츠에 앉아 우는게 더 행복한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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