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ss.. -

1. 친구랑 같이 인하대 앞에 갔을 때 일이었다. 열라 술 먹고 우어어 하면서

길을 걷는데, 저 구석탱이에 왠 사람 그림자 비스무리 할 것 둘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난 그 순간 느낄 수 있었다. 저것은 필시 남자와 여자여. 머리 긴

것이 여자고, 저 단발머리가 남자여. 하지만 자세히 관찰해 본 결과 머리 긴 남자와

단발머리 여자였다. -_-; 아무튼, 우리 둘이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 둘은 순간 Kiss를 하는 것이 아닌가. 친구와 나는 숨을 꼴딱

삼키고 지켜보았다. 그렇게 길 한가운데 서서 남자 애 둘이 열심히 무언가를

지켜보니 이상하게 생각한 다른 사람들도 하나 둘 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 둘은

아무것도 모르는 지 열심히 껴안고 Kiss를 계속하고 있었다. 하긴 눈 감고

있는데 뭐 보이겠는가. 나중에 물어보니 내 친구는 그 둘이 숨 막혀서 껴안고

죽었는 줄 알았다고 한다. 그렇게 우리 주위에는 대략 1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숨만 꼴딱 꼴딱 삼킨채 지켜보았고, 그 장발머리 남자와 단발머리

여자는 계속 키스를 하다가 드디어 무언가를 느낀 듯 키스를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 -_-;;;;;;;;;;;;;;

참.. 말 그대로 '쪽' 팔렸을 것이다.

쪽.



2. 키스를 하면 자기도 모르게 눈을 감고 아무 생각도 못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도 처음에나 그렇지, 나중에 지겹도록 키스하고 나면 키스할 때 온갖

잡생각을 하기도 한다. 내일 숙제 내야 되는데.. 오늘 저녁에 형준이한테

전화를 해서 시험범위 알아놔야 되는데.. 엄마가 오늘은 만두 해 놓을테니 일찍

들어오라구 그랬는데..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왠지 눈을 뜨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만약 키스하다가 중간에 눈을 딱 떴을때 상대방도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본다고 생각해 보라.

왠만하면... 감고 하는 것이 좋다. -_-;



3. 어떤 영화에서 여배우가 키스를 할 때 코가 방해되지 않을 까 걱정하는

장면이 있다. 아마 그런 걱정 대부분 해 보셨을 것이다. 코는 어떻게 해야 되지?

얼굴은 비스듬하게 다가가야 하나? 안경은 쓰고 해야 하나, 벗고 해야 하나?

입술은 키스하기 직전에 내미는 것이 좋을까, 하기 전에 내밀고 가는 것이

좋을까? 손으로 머리를 잡고 하는 게 나을까, 아니면 등을 감싸주는 게 좋을까?

정말로 키스를 하면 전에 먹었던 음식 냄새가 나는 걸까?

.... 걱정마시라. 하면 다 된다. 그냥 열심히 하는 거지 머.



4. 키스를 할 때 가장 방해되는 것은, 주변에 지나가는 사람도 아니고, 아까

먹었던 김치냄새도 아니고, 차이가 많이 나는 키도 아니고, 입술 크기도 아니고,

안경도 아니고, 등에 맨 가방도 아니고, 좀 더운 날씨도 아니고, 갑자기 울리는

삐삐도 아니다.

가장 방해가 되는 것은... 이빨이다. 해 보신 분들은 공감할 것이다.. -_-;



5. 오늘은 꼭 키스를 하리라 마음 먹는다. 그리고 옷도 제일 멋있고 이쁘게

보이는 걸로 입고, 돈도 팡팡 써가며 열라리 좋은 레스토랑에서 제일 맛있는

걸로 분위기 잡으며 먹고, 심지어는 없는 돈에 와인도 한 병 시켜서 건배를 하며

분위기를 살린다. 그리고 집에 가는 길에 미리 보아둔 사람 별로 안지나가는

벤치에 앉아서 아무말 없이 5분 정도 앉아있는다. 바람은 두 사람 사이를 기분

좋게 감싸며 불어나가고, 은은하게 비치는 달빛은 조명발까지 더해주어 분위기는

그야말로 최고이다. 이때 목소리를 가다듬고 상대방의 이름을 부르면, 상대방은

무엇을 기대하는 지 발그레한 얼굴에 반짝이는 눈동자를 하고 당신을 바라본다.

그리고 서로 바라보다가 눈을 감고 다가가면..

" 빠악~~!! "

-_-; 눈을 감기 전에 목적지를 확실히 확인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