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누리][버터빵] 가슴 아픈 이들을 위하여 (2065/37581)

추억의 유가촌(유머가 가득한 마을)
홈 > FORUMS > 유가촌 레전드1 > 버터빵
유가촌 레전드1

002.jpg


천리안, 나우누리... 추억의 그 시절에 대한 회상 . . . 유가촌 (유머가 가득한 마을), 푸하, 모뎀 인터넷 시절. . .

이제는 인터넷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어진  그 시절 세상 살던 이야기를 AV툰모아에서 들려드립니다.

 

[나우누리][버터빵] 가슴 아픈 이들을 위하여 (2065/37581)

포럼마니아 1 8,409

- 사랑을 가슴에 품은채
먼 발치에서 아프게 바라보는 법을 아는
모든 소금인형들을 위하여.... -


<1>
국민학교때 무척 좋아하던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 아이는 무척 명랑하고 쾌
활해서 다른 아이들도 저처럼 무척이나 좋아하던 아이였습니다. 가끔 복도
를 지나치다 얼굴이 마주칠때면 전 얼굴이 빨개져서 고개를 푹 숙인채 지나
쳐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 아이는 저에게는 너무도 높은 아이였기에 함부로
제가 좋아한다는 말을 건낼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그해 크리스마스에 드디어 전 마음을 먹고 그 애에게 제 마음을
담은 카드를 보내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워낙 손재주가 없는 저였기에 입체
카드를 만들려고 칼을 긋다가 손가락을 베이고 말았습니다. 카드 종이에 피
가 배어들었지만 다시 만들기엔 시간이 없어 전 그냥 그 카드를 봉투에 넣
었습니다.

크리스 마스 이브날, 아침부터 아이들은 서로 카드를 교환하느라고 북적대
고 있었습니다. 저도 제가 만든 카드를 들고 그애에게 주려고 옆반으로 찾
아 갔습니다. 그리고 그애를 본 순간, 그애의 손에 들린 몇십장은 족히 되어
보이는 빨간 봉투의 크리스마스 카드들을 보고 전 그냥 뒤돌아 나와야 했습
니다.

그날 제 피가 묻은 크리스마스 카드는 구겨져 휴지통에 버려졌고, 이로 인
해 전 남을 좋아한다는건 정성만으로는 되지 않는다는걸 어렴풋이 알 수
있었습니다.



<2>
남녀 공학이었던 중학교 시절, 중3때 저와 가장 친한 친구놈이 있었습니다.
너무 착하고 순진한 얘였는데 워낙 운동하고 노는걸 좋아해서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제 친구가 좋아하던 아이는 저희 학교에서 거의 매번 전교 1등을 놓
지지 않는 아이였습니다. 전 제 친구가 밤 늦게 저희 동네 벤치에서 아파트
저쪽, 그애가 사는 아파트를 쳐다보고 있는 걸 보고는 가슴이 아파서 제 친
구에게 우선 성적이 올라야 그 애와 사귈 수 있을 꺼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 날 이후, 제 친구는 갑자기 무엇에 홀린 듯 공부하기 시작했고 반에서
40등 밖이었던 성적이 마지막 기말고사때는 7등까지 올라갔습니다. 전 제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에 제 친구가 그렇게까지 바뀔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했
었기 때문에, 그리고 성적이 그렇게 오르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것인지를
알기 때문에 무척이나 놀랐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중3을 마치는 졸업식 날 전 제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 너 걔한테 선물 줄꺼 가지고 왔어?"

" 응..가지고 오긴 했는데..줘야 되는건지 말아야 하는건지.."

" 야, 네가 그렇게 열심히 한것도 다 그애한테 잘 보이려고 한거 아냐? 너
그정도면 최선을 다 한거잖아..."

" 그래.."

졸업식이 끝날때 저희 친구들은 제 친구가 여전히 그 애한테 갈까 말까 망
설이는 걸 보고는 제 친구를 번쩍 들어서 그 애 앞에다가 던지고 막 도망
쳐 왔습니다. 학교 축구골대 뒤쪽에서 저희는 숨어서 제 친구가 그애에게
무언가 주고는 막 뛰어오는 걸 보았습니다.

" 선물 줬니? 줬어?"

" 응..."

" 뭐 줬는데?"

" 응......헤......매치매치바 2개..."

" 으아아~~ 왠 매치매치바?"

" 맛있잖아..."

그날 졸업식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에 전 그 애가 친구와 저 앞에서 가는
걸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에게 제 친구가 전해준 매치매치바를 건네고
는 깔깔 웃는 것도 보았습니다.

전 그때 알았습니다. 한 사람을 좋아하기 위한 다른 사람의 노력이 그 사람
한테는 얼마나 하찮게 보일수도 있는 것인지를.....


<3>
고3때 공부를 하려고 집 앞에 있는 도서실에 다녔습니다. 그리고 휴게실에
서 라면을 먹다가 제 국민학교?㎖ 짝이었던 여자애를 만났습니다.

저희는 공부하다가 자주 휴게실에서 만나서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학교
에서 흰머리 하니발 선생에게 도시락 먹는걸 걸려서 입에다 계란 말이를 물
고 복도에 서있던 얘기, 머리를 길게 기른 아이들이 두발 검사 할때마다 머
리에 침을 뭍혀서 머리 위쪽으로 착 달라붙게 만들어서 겨우 안들키고 넘어
간다는 얘기, 화장실에 숨어서 몰래 이상한 잡지를 보다가 바로 옆칸에 있던
선생님한테 걸려서 잡지도 뺏기고 무지하게 혼난 이야기, 그런데 그 잡지가
나중에 선생님 가방에서 발견되었다는 얘기, 교장선생님이 학교에서 운전
연습을 하다가 잘못해서 쓰레기통을 부셨는데 이제 며칠 지나면 학교에
남아있는 쓰레기통이 없을 거라는 얘기, 선생님이 공부시간에 떠든다고 말한
것에 앙심을 품고 밤에 몰래 와서 용접봉으로 학교 뒷 문을 떼어다가 학교
옥상에다 숨긴 애 얘기, ....얘기... 또 그런 이야기들...

그렇게 만나서 이야기를 하면서 전 얘를 좋아하게 되어 버렸고, 나중에 대
학교 시험을 친 후 고민고민 하다가 결국 만나자는 약속을 해서 좋아한다고
고백해 버렸습니다.

전 그때 그 애 얼굴에 도는 난처함을 보았고, 머뭇거리며 그냥 친구로 지내
자는 그애의 목소리를 들었고, 그때 그렇게 우리가 나누었던 얘기들이 마음
을 담은 대화가 아니었다는걸 느꼈습니다. 그리고 친구로 지내자는 말이 그
렇게도 가슴아픈 말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시리도록 느꼈습니다.


<4>
전 떠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봅니다. 저 쪽 멀리 그 사람에게 다가가는 그녀
의 뒷모습을 봅니다. 그냥 좋아한다는 마음을 가슴에 품은 채 말하지는 못
하고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그녀의 모습을 이렇게 바라만 봅니다.

바다의 깊이를 재러 들어갔다가 자신의 몸이 녹아버린 소금인형처럼 이제
저도 제 마음의 깊이를 재러 들어가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비록 제 마음
이 다 허물어지고 녹아버려도 그녀를 좋아하는 마음만은 남아있을 것을 알
기에 아무런 망설임 없이 들어가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몇번의 사랑속에, 아니 사랑이라고 느꼈던 감정들 속에서 전 여러가지를 배
웠습니다. 지금 이렇게 마음을 감추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지내는 법도,
뒷모습을 보며 돌아설때 그냥 한번 씨익 웃고 발길 한번 차고는 돌아오는
것도 배웠습니다. 이제 앞으로도 많은 것들을 더 배워야 할 테지만 하?ㅋ씩
배울때 마다 그만큼씩 늘어가는 아픔을 견디는 법을 제일 먼저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이 글을 모든 가슴앓이를 하는 분들에게 바칩니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 네이버로 보내기
  • 텀블러로 보내기
  • 핀터레스트로 보내기
1 Comments
❤️AVgirl쭈리❤️ 21-10-28 21:15
인생은 어짜피 혼자...그래도 딸딸이보단 섹스죠~
제목

[ 유머가 가득한 마을 유가촌 2 입장하기 클릭! ] 

00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