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누리][버터빵] 이. 별. 일. 기. (5) (2304/37582)

추억의 유가촌(유머가 가득한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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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촌 레전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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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안, 나우누리... 추억의 그 시절에 대한 회상 . . . 유가촌 (유머가 가득한 마을), 푸하, 모뎀 인터넷 시절. . .

이제는 인터넷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어진  그 시절 세상 살던 이야기를 AV툰모아에서 들려드립니다.

 

[나우누리][버터빵] 이. 별. 일. 기. (5) (2304/37582)

포럼마니아 1 10,856

- 11월 6일 비 옴. 주룩 주룩 처량하게도 내림. -

맑으면 맑으니까 생각나고, 비 오면 비오니까 생각난다. 이젠 나 혼자 이러고
슬퍼한다는 거 아는데도 영경이 생각하는게 그치질 않는다. 특히나 비가 오는
이런 날이면.

헤어지고 나면 제일 견디기 힘든게, 밤이다. 누구 말대로 밤이 외로버~까지는
아니더라도.. 아니다. 외로운 거 맞다. 그것도 끔찍히.

매일 전화하던게 몸에 배고 생활화 되어 있다가 갑자기 그게 비어버리니까, 꼭
남의 옷을 있는 것처럼 낯설고 어색하기 짝이 없다.그래서 할 건 없고,
심심하고, 외롭고, 그래서 다른 애들이랑 전화를 하지만 그렇다고 공허감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쌓인다. 정작 하고 싶은 사람은 따로 있는데
다른 사람과 떠들고 있다는 것이 더 외롭다. 친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친구와
애인의 영역은 다르다. 공통되는 부분도 있지만 분명히 다르다. 그래서 채워줄
수가 없다. 그래서 외롭다.

결국 내가 선택한 방법은 만화책 보기. 워낙 만화책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다른 정신을 쓰는 일은 자꾸 생각이 나게 만드니까 뭔가 몰두 할 수 있을 것이
필요했다. 그게 몰두할만한 일이 만화책이었다.

요새는 거의 하루에 15권 이상 본다. 보기도 참 많이 봤다. 미스터 초밥왕,
H2, 바람의 검심, 타이의 대모험, 야구왕 왕종훈, 바사라, 인어공주를 위하여,
불의 검, 브레이크에이지, 열혈강호, 오늘 우리는, 엔지, 맛의 달인, X, 성전,
패트레이버, 가이버, 그리고... 아기와 나.

아기와 나는.. 안보려고 했다.

" 동현아. 이거 봐라. "

" 응? 이게 뭔데? "

" 아기와 나. 이거 무지 재밌어. "

" 에이.. 이거 순정만화 아냐. 나 순정만화는 안봐. "

" 나 믿구 봐봐. 재미있다니까. 나 못믿어? "

" 알았어, 그래. 볼께. 아. 영경이 너는 이거 다 봤어? "

" 10권까지는 다 봤어. 계속 나오니까 나도 같이 보지 뭐. "

" 그래. 그럼 나는 너 다 보고 볼래. "

" 왜? "

" 혹시 알어. 나중에 재미 없어질지. 너 끝까지 다 보고 난 다음에도
재미있다고 하면 볼래. "

" 언제 끝날지 모르는데? "

" 그럼 안보지 뭐. "

" 아까 본다면서~~!! 동현이 너~!! "

" 아이구, 알았어, 알았어. 볼께. "

" 자기 재미있으라고 보라니까.. 꼭 봐. 알았지? "

" 그래. "

그래서... 아기와 나를 보면 영경이 생각이 난다.

진이와 신이가 주인공인데, 둘 다 너무 귀엽다. 진이 아빠도 너무 멋있다.
그리고 재미도 있다. 그래서 책을 막 볼때는 영경이 생각이 나질 않는다.
하지만 책장을 덮으면 또 바로 밀물처럼 밀려든다. 그럼 얼른 다른 책의
표지를 연다. 그러면 또 생각이 가신다. 마치.. 진통제 같다.

전에 갔을 때 그냥 얼굴이라도 내밀 걸 그랬나. 표정이 궁금했다. 나를 보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만화책에 보면 키스 얘기, 손 잡는 얘기가 참 많이 나온다. 키스라.. 나도
하긴 했지만.. 참 오래도 걸렸지. 내가 영경이 손을 잡은게 정확히
231일째였으니까. 미팅에서 만나서 그렇게 오랫동안 손도 못잡은 놈도 흔치
않을꺼야.

그때 미팅은 5대 5 미팅이었다. 나는 그냥 주선 하는 아이가 나랑 수업을 같이
들어서 무턱대고 미팅한다는 거 듣고 나두 시켜줘~! 해서 온거였다. 만약 내가
그때 그 애 옆에 앉지 않았으면 미팅 하지도 않았을꺼고, 그럼 영경이를
만나지도 않았을 꺼고, 그럼 이렇게 괴로워 하지 않아도 좋았을텐데.

비가 주룩 주룩 온다. 언제나 그칠지 모르게 온다. 세상이 어둡다. 내
마음처럼. 갑자기 외로움이 엄습해 왔다. 가끔 그러는데, 견딜 수 없게 외로울
때가 있다. 그러면 보통 잠을 자지만, 이젠 하도 자서 잠도 안온다. 그리고
이럴때 자면 꼭 옛날 꿈을 꾸곤 하니까.. 잠도 자기 싫다.

따르르릉~

딸깍.

" 여보세요? "

" 동현이냐? 나 동걸인데, 어디냐? "

" 집. 너는? "

" 나도 집이야. 비 와서 그냥 학교 안갔다. 너 시간 있니? "

" 야~ 마침 잘 됐다. 나 사람 그리운 중이었는데. "

" 사람이 그리워? 영경이가 그리운게 아니고? "

" 너 사람 염장 지를래? "

" 그래그래. 암튼 너 전에 나 밥 사준다고 그랬잖아. 밥 사. "

" 알았어. 그럼 요 앞 진주상가로 나와라. "

" 그래. "

딸깍.

동걸이랑 같이 집 근처의 삼겹살 집으로 갔다. 내가 오랜만에 사는 거니까
고기를 먹어야 한다고 동걸이가 나를 거의 끌다시피 해서 왔지만, 막상 오니까
고기도 맛있고 좋다. 요새는 고기를 다 이렇게 생고기를 쓰나 보구나. 그런데
문제는.. 고기를 먹으니까 또 술이 당긴다는 거다.

" 야. 동걸아. 우리 소주 딱 한병씩만 하자. "

" 너... "

" 야야. 딱 한병인데 뭐 어때. 괜찮아. 그때는 너무 힘들어서 그랬구, 지금은
괜찮아. "

" 정말 괜찮아? "

" 야~!! 내가 언제 그 날 말고 술꼬장 부리는 거 봤어? "

" 그래그래. 나도 실은 술 생각 나던 참이었다. 한병만 먹자. "

그리고 홀짝 홀짝 마셔서 둘이 4병을 먹었다. 참.. 술이란 건 말 한 만큼 먹기
정말 힘든가 보다.

" 그러니까네, 동현이 니가 지금 헤어졌다고 그러는데, 나는 연애도 아직
못해봤다는거 아냐. 난 부럽다, 이거야~~~ 야, 술 더 먹자~!! 아줌마~! 여기
소주 한 병 더 주세요~!! "

" 야야.. 동걸아.. 참어.."

" 놔, 이거. 이별이구 헤어지구 그것도 사귀고 난 다음 일 아냐. 니가 전에
뽀뽀했다고 나한테 자랑할 때 난 임마, 그날 혼자 술마셨어 임마. "

삐비비빅~ 삐비비빅~

" 그래..미안하다.. 나.. 삐삐 왔다. 전화좀 하고 올께.."

" 너 또 사라지기만 해봐. 나 그냥 가버린다. "

" 아..알았어.. 아.. "

술이 올라왔다. 머리가 띵 한게 영 제정신이 아니었다.

" 여보세요? 나 태섭인데, 너 혹시 모를까봐 연락한다. 3일 뒤에 시험 있는거
너 몰랐지? 몰랐으면 나한테 연락 해. 시험 범위 가르쳐 줄께. 그럼 끊는다. "

딸깍.

고마운 녀석. 답장이라도 남겨야지.

삑삑삑 삑삑삑 삑삑삑삑.

삑.

" 여..여보세요? 나 동현인데.. 끅. 아.. 미안하다. 나 지금 술 먹었거든.
취한다.. 집에 가면 연락할께. 연락해 줘서 고맙다. 끊는다. "

딸깍.

그리고 다시 동걸이와 술을 마시는데, 갑자기 머리 뒤를 무얼로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나 지금 방금 삐삐 친 번호 태섭이꺼 맞어? 영경이한테 친 것
같은데?

나는 벌떡 일어나서 전화기로 갔다. 그냥 손 가는대로 누른 것 같은데, 그럼
십중팔구 영경이에게 치게 되어 있었다. 나는 급히 영경이 번호를 누르고,
비밀 번호를 눌렀다.

" 2개의 메세지가 있습니다. 번호 확인은 1번, 음성 확인은 2번을 눌러주세요. "

삑.

" 여.. 여보세요? 나 동현인데.."

이럴 줄 알았어. 지우자.

삑.

" 삭제되었습니다. 번호 확인은 1번, 음성 확인은 2번을 눌러주세요. "
"

휘유.. 다행이야.. 이 삐삐를 만약에 영경이가 들었으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런데 궁금한걸. 나머지 하나는 뭘까.

삑.

" 여보세요? 나 혁진이 오빤데.. 영경아. 미안하다. 그거 네 오해야. 난 그런
짓 한 적 없어. 영경아. 오빠한테 연락 좀 해 줄래? 너 오늘 우는 거 봐서
그런지 내가 지금 제 정신이 아냐. 일단 우리 말을 해 보자. 응? 영경아. 꼭
연락해. 알았지? "

뭐..뭐야. 영경이가 울어? 이거 뭐 어떻게 된거야?

술이 확 달아났다. 이..이 자식.. 영경이를 울려? 난 그냥 옷을 입고서 문을
박차고 나가려는데,

" 야~! 동현아~! 어디가~!! "

" 나 지금 집에 가 봐야겠어. 영경이한테 전화 해야 겠어. 공중전화 말고
집에서 전화 해야 겠어. "

지금 생각하면 이해가 안간다. 왜 꼭 집에서 하려고 했을까? 술이 취해서
그랬나?

" 야~! 가지 마~! "

" 안돼. 가야 돼. 잘 있어라. 갈께. "

" 야~! 야 임마~! 야~~!! "

" 왜그래, 왜~!! "

" 야~! ... 돈 내고 가.. 임마.. "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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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AVgirl쭈리❤️ 21-10-28 21:18
오빠들 오늘 쭈 시간 엄~~~청 많아요 같이 놀러갈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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