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우누리 』][승빈] 신 (10157/37774)

추억의 유가촌(유머가 가득한 마을)
홈 > FORUMS > 유가촌 레전드1 > 승빈
유가촌 레전드1

002.jpg


천리안, 나우누리... 추억의 그 시절에 대한 회상 . . . 유가촌 (유머가 가득한 마을), 푸하, 모뎀 인터넷 시절. . .

이제는 인터넷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어진  그 시절 세상 살던 이야기를 AV툰모아에서 들려드립니다.

 

[『 나우누리 』][승빈] 신 (10157/37774)

포럼마니아 0 3,649


안녕하세요? 승빈입니다.

????????????? 신 (1) ??????????????


신 : 네게 23년이라는 인간의 생명을 주겠다!

천사 : 그..그런...

신 : 그 못마땅한 표정은 무어냐!

천사 : 솔직히 딱 까놓고 23년은 너무 짧지 않습니까...

신 : 조까라! 감히 신에게 대드는게냐!

천사 : 신으로써 어떻게 그런 망발을....

신 : 닥치고 어서 하계로 내려가지 못할까!

천사 : 제기랄...

신 : 저 십새끼가!

........


모든 인간은 태어나기 전에 천사였다고 한다.
그래서 인간의 천성은 착할수밖에 없다고...

천사는 악함의 자제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인간으로
환생하면서 그 자제력이 존나게 저하되어 얼마든지
악마의 모습으로도 변할수 있는것이다.

천사번호 65803094는 비록 23년의 짧은 인간수명을
배당받았지만 신의 특별한 대우로 타 인간의 수배
에 달하는 전투력을 지닌채 환생하게 되었다.


1977년 1월 1일 대구의 모 병원에선 한 아기가 무서운
괴성을 내며 태어났다.

"크아아아악" (의사,간호사,산모 : -_-;;)

도저히 태아의 울음소리론 인정하기 싫은 괴성이었다.


-전사의 탄생이었다.-


───────────────────────────────────


간호사 : 의사선생님! 의사선생님!

의사 : 웬 소란이야

간호사 : 크..큰일났어요...큰일이..

의사 : 무슨일이길래 이렇게 야단법석이야

간호사 : 505호 산모가...

의사 : 뭐!? 상태가 어때! 아까 순찰할때까지만해도
아무이상 없었잖아!

간호사 : 그게..아니고........없어졌어요....

의사 : 없..?/_\;;

간호사 : 이번달 들어서만 벌써 네번째예요..

의사 : 멀리 튀진 못했을꺼야. 병원의 모든 간호사들을 풀어
찾아내도록!

간호사 : 선생님-_-;

의사 : /_\

──────────────────────────────────

밤하늘의 별이 흔한표현으로 아름답게 반짝이고 있었다.
고아원의 앞마당에 있는 놀이터 미끄럼틀 위엔 두아이가 어깨를 맞댄채
나란히 앉아 있었다. 뒷모습을 얼핏 보아 여자아이와 남자아이가 바람
을 피고 있...(하하;;) 바람을 쐬고 있는듯하다.

서연 : ....

태준 : ....

서연 : ....오빠

태준 : 응?

서연 : 나도 학교 다니고 싶다...

태준 : 약속했잖아 오빠가...나중에 꼭 서연이 학교 다니게 해준다고..

서연 : 응..

태준 : ....

서연 : ...오빠

태준 : 응?

서연 : 나 진짜 데려갈꺼지?

태준 : 그럼..

서연 : 응..

이곳 아이들은 모두 비슷한 상처를 갖고 있었기에 밤하늘에 떠 있는
별을 그다지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유난히 태준과 서연이만이 그렇지 않았다.
이렇게 밤마다 미끄럼틀 위에 올라 하늘을 바라보는것만 봐도 알수 있었다.

"태준이 서연이 안자니!"

저만치서 원장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때쯤이면 으례히 들려오는
목소리였기에 둘은 그렇게 짜증내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태준 : 원장선생님도 어서 주무세요.

원장 : 그래...
아, 태준아 넌 잠깐 내방에 들렸다가 가렴.

서연 : ....

태준 : 연아 먼저 들어가 자.

서연 : 응..

───────────────────────────────────

태준 : 싫어요..

원장 : 이녀석아 그렇다고 앞날이 창창한 니가 여기서 계속 살수
있을거 같아? 어차피 넌 17살이 되면 나가야되잖아..
좋은기회야 태준아..

태준 : 싫어요..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전 서연이 놔두고는 그 어디도
안갈꺼예요.

원장 : 서연이는 또 서연이 나름대로 좋은 길이 있을꺼야..
서연이는 아직 어리잖아. 조만간 서연이도 좋은곳에서 데려가지
않겠니? 그리고 그게 오히려 서연이를 위한 길이고... 안그래?

태준 : ....

원장 : 내일 그분들 오신다고 했으니 오늘밤에 자면서 생각해봐..

태준 : ..안녕히 주무세요..

───────────────────────────────────

태준이 원장의 방에서 나오자 복도 저만치서 서연이가 웅크리고 앉아 있는게
보였다.

태준 : 왜 안자고 나와 있어.

서연 : ....

태준 : 들어가자..오빠가 재워줄께.

서연 : 싫어..나 안잘래..

태준 : 하하 왜 또 땡깡이야..일찍 자야 내일 또 오빠랑 별보러 나가지..

서연 : ...오빠 어디 안갈꺼지?

태준 : ....

저번에도 몇번 태준이 원장에게 불려갔던적이 있었다.
그럴때마다 다음날 자가용이 한대씩 고아원으로 들어왔었던걸
서연은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던것 같다.

태준은 그 고아원에서도 유달리 잘생겼고 키도 훤칠해 손님들에게
눈에 잘 띄는 인물이었다.

그것이 어린 서연이에겐 항상 불안했던 것이다.

태준은 그만 가슴 한곳이 찡해졌다.

태준 : 오빠 아무데도 안가..우리 연이 놔두고 어딜가 오빠가..

서연 : ...정말?

태준 : 그럼...자 오빠가 재워줄께 가서 자자..

────────────────────────────────────

다음날 아침 태준이 걱정했던데로 자가용한대가 고아원 앞마당으로 미끄러
지듯 들어왔다. 품위있게 생긴 아줌마 한명과 운전수가 내렸다.

원장이 필요 이상으로 허리를 굽혀 깍듯이 인사를 하더니 원장실로 같이
들어갔다. 앞마당에서 서연이와 놀아주고 있던 태준이는 그장면을 놓치지
않고 힐끔힐끔 계속 보고 있었다.

그런 태준을 서연이 역시 놓치지 않고 보고 있었다.

역시나 잠시후 원장이 나와 태준을 손짓으로 불렀다.
태준은 그런 원장을 한번보고 서연을 한번보고 잠시 망설였다.

서연이 그런 태준을 불안하게 올려다 보고 있었다.

태준 : 연아..오빠 금방 들어갔다 올께. 애들이랑 놀고 있어.

서연 : ...

태준 : 알았지? 금방 올꺼야 오빠.

서연 : 응...금방 와야 해?

태준 : 그럼..

태준은 어디 멀리라도 가듯이 연신 서연이를 돌아다보며 원장실로
무거운 발걸음을 끌고 갔다.

───────────────────────────────────

태준이 들어간지 30여분이 흘렀다. 앉아서 혼자 흙을 만지고 있던 서연이는
계속 불안한지 원장실쪽으로 잠시도 눈길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태준 : 성의는 고맙지만...

원장 : 태준아!

태준 : 어제도 말씀드렸듯이 전 서연이 놔두고 어디도 갈수 없어요.

원장 : 이녀석이 정말...

굳어진 태준의 마음을 돌리기란 어렵다는것을 눈치 챈 아줌마가 태준이가
말한 서연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아줌마 : 서연이란 어떤 아이죠?

원장 : 저기 창밖에...아 마침 여길 보고 있네요.. 빨간스웨터의 저여자아이..

아줌마 : 음...예쁘장한게 똑똑하게 생겼네요..

태준 : ....

아줌마 : 태준아 그럼 내가 제의를 하나 할까?

태준 : ....

아줌마 : 니가 서영이 놔두고 여길 떠날수 없다고 했지?
그건 반대로 서영이도 니가 아니면 그 누구도 데려갈수
없다는 말이니?

태준 : ....

아줌마 : 선뜻 대답을 못하는걸 보니 그건 서연이 마음에 맡긴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되겠구나... 자 이러면 어때?
내가 서연이를 데려가면 안되겠니?
니 말대로 서연이 학교도 다니게 해주고..예쁜옷도 입혀주고
맛있는것도 많이 사주고 말이야...어때?

태준은 순간 자기가 서연이의 행복에 대한 허락여부 권한이 있는지
혼란이 왔다. 그건 앞으로 자신의 힘으로 서연이를 행복하게 해줄수
있다는 확실한 자신감이 없었던것에 기인했을법하다.

아줌마 : ....어때 태준아?

태준이는 주먹을 꽉 쥐었다. 눈을 질끈 감고 잠시간 생각에 잠기는듯했다.
그런 태준을 아줌마는 더이상 재촉하진 않았다.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후 태준은 고개를 들었다.

태준 : ..서연이...행복하게 해주실수 있죠? 정말...

아줌마 : 그럼...

태준 : 믿을께요...우리 서연이 잘부탁해요..

아줌마 : 그래...믿어준다니 고맙구나..

어느새 태준의 눈망울이 빨개졌다. 이내 눈물이 몇방울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것으로 서연이에 대한 태준의 서글픔은 끝이 났다.

능력이 없어 서연이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이렇게 보내는구나라는
꼴같잖은 생각은 하지 않았기에 더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고 멈출수가
있었다. 잠시 서연이를 맡겨두겠다라는 생각에 말이다.

───────────────────────────────────

"싫어! 안가! 놔!놔!"

"오빠!"

태준은 애써 서연이를 외면했다. 원장실에서 나가지 않고 창문사이로
서연이를 보내고 있었다.

"오빠! 오빠 어딨어!"

아줌마와 원장이 서연이를 달래고 서연이가 발을 동동 구르며 울부짖는
모습을 보며 태준은 커튼을 손으로 꽉 쥐고있었다.

울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며 안간힘을 줘봤지만 그 노력을 무시한채 이미
흘러내리고 있는 물방울은 눈물이었다.

그렇게...

그렇게 서연이는 원치 않는 고아원과의 이별을 했다.
서연을 태우고 간 자동차가 떠난지 한참이 지난뒤에야 힘없는 발걸음으로
마당으로 나온 태준은 멍하니 서연이가 나간 쪽만 쳐다보고 있었다.

방금전...방금전까지만 해도 여기에 앉아 흙을 만지며 놀던 서연이가
더이상 여기 없다고 생각하니 뭔가 울컥 올라오려 했다.

안가려고 발버둥을 치며 태준을 찾다가 지쳐 쓰러져 차에 태워져간
서연이를 생각하니 서연이에게 한참을 못할 짓을 한것만 같아 가슴이
아파왔다.

'언젠가는 다시 찾으러 갈께...'

태준은 그날밤 별을 보러 나오지 않았다.


- 2부에서 하핫-_-; -



[승빈] 신 < 2 >



약삽빠르게 2년이 똑딱똑딱 지나갔다.

태준이는 그간 식당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18살이 되어 고아원을 나오던날 서연이의 연락처를 주머니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었지만 단한번도 헛다이얼 돌린적도 없었다.

성공한 모습으로 서연이를 데리러 가고 싶은마음에 태준은 조금도
쉴새가 없었다.

그러던중 태준에게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지게 되었다.

배달을 하러 아파트로 가던 태준이 코너바리를 돌자마자 웬
덩치좋은 사내하나를 들이박게 된것이다.

운나쁜놈은 뒤로 자빠져도 코깨진다더니 태준의 오토바이에 의해
바닥에 쓰러진 놈은 이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신흥세력 서진파였다.

"어떤 씨팔새끼야!"

한참을 누워있던 서진파의 꼬봉한명이 벌떡 일어나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순간 넘어진 오토바이를 일으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태준이 눈앞
에 들어왔다.

"이런 좃밥같은 새낄 봤나! 사람이 치었는데 오토바이부터 챙겨?!"

검은와이셔츠를 입은 사내가 오토바이를 일으키느라 엉거주춤한 자세로
있는 태준의 엉덩이를 힘껏 걷어찼다.

겨우 오토바이를 일으켰던 태준은 또다시 오토바이와 같이 바닥을 나뒹
굴었다.

"좃만한 새끼 이거 짱께 아냐?"

이윽고 뒤에 있던 꼬봉들도 재수 없다는듯이 태준에게 다가와 발길질을
퍼부었다.

"야 그만가자."

"조심해 씹새꺄! 澗!"

"아 씹, 옷 다배렸잖아"

그들이 뒤돌아서자 태준의 부은 눈엔 엎어진 볶음밥그릇들이 어지러이
흩어져 있는게 보였다. 오토바이는 언제부터 돌았는지 아직도 끼긱거리
며 뒷바퀴가 헛돌음질을 하고 있었다.

자신의 몸 다친건 아무렇지도 않았다. 엎어진 음식들, 그리고 부서진 오토
바이... 오로지 한사람을 위해 여지껏 달려왔는데 태준에겐 분노가 너무도
쉽게 그리고 빠르게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거기서...."

"....?"

"거기서라고..."

"야 재 뭐라는거냐? 지금 우리보고 서라고 한거냐?"

"설마? 잘못들은거 아냐?"

"니네들 거기 서라고 했다."

"하....요자식 봐라 요거? 팔하나 부러뜨리려다가 불쌍해서 봐줬더니
왜 안부러뜨렸냐고 원망하네?"

"어서 음식값 물어내..."

"......"

순간 서진파 꼬봉 3명의 입술이 부르르 떨렸다.
그리곤 서서히 태준에게 다가왔다. 눈빛은 살모사마냥 살기가 웃돌았다.

"뭐라고 했냐 너...다시한번 더 지껄여봐"

쓰러져있던 태준이 어느새 벌떡 일어나 마주보며 눈하나 깜짝이지 않고
대꾸했다.

"음식값 물어달라고 했다"

"이...이...씨팔새끼가!"

사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주먹이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윙 울렸다.
태준의 주먹이 사내의 복부에 꽂혀있었던것도 거의 동시였다.
검은셔츠위로 사내의 침이 흘러내렸다.

"우..우..."

"이..이런 좃만한 새끼가!"

이윽고 두명이 동시에 태준에게 달려들었지만 검은셔츠를 입고 바닥에
쓰러져 침을 토해내고 있는 사내와 운명을 같이 했다.
태준은 서진파 꼬봉3명을 불과 1분여만에 바닥에 뉘였다.

태준은 천천히 쭈그리고 앉아 엎어진 음식 그릇들에 묻은 흙들을 털어
내기 시작했다. 철가방안에 어느정도 추스린뒤 오토바이를 일으켜세웠
다. 태준은 아무표정도 짓지 않고 아무말도 하지 않고 그자리를 떠났다.

태준은 자신이 오늘 얼마나 엄청난 짓을 저질렀는지도 모른채 잠자리에
들었다. 언제나와 같이 서연이의 사진을 뚫어져라 쳐다보곤 자신도 모
른채 잠이 들었다.

───────────────────────────────────

아침이 밝았다. 그런이유로....

웬지 동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것쯤은 태준이도 느끼고 있었다.

"아저씨 오늘따라 주문이 거의 없네요.."

"그러게..또 무슨일이 있으려나.. 거리에 사람들도 거의 없고..
오늘은 일찍 문을 닫는게 나을지도 모르겠군..."

"..."

점심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주문이 단한차례도 들어오지 않았다.
무슨일이 있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럴수가 있겠는가?

만약 이것이 서진파 꼬봉들과 연관 된것이라면 이지역의 서진파 힘은
일반 주택에까지 힘을 미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리고 그 카리스마는 이 지역의 공기기운도 바꿀만치 위압적인 것이었다.

"하아..안되겠군 안되겠어 누가 또 일을 저지른게 틀림없군
태준아 대충 정리하고 오늘은 이만 접자."

"예 사장님 오늘은 정..."

순간 태준의 표정이 일순간 굳어졌다.

"왜 무슨 일인...아..아이구 이런데까지 웬일로다가..."

사장이 넙죽거리며 얼굴이 사색이 되는걸 봐서는 틀림없이 이지역에서
뭔가가 되는 사람들이라고 태준이는 생각했다.

것보다는 그 대단한 사람들 뒤에는 어제 자신이 늘씬하게 패준 며르치
같은 자식 세명이 자신을 잔뜩 노려보며 서있다는게 뭔가 심상치 않다
는 조짐을 예상케 했다.

"저녀석이냐?"

아까부터 제일 앞에 서 있으며 사장의 갖은 인사치레를 다 받고 있던
녀석이 목소리를 제법 무겁게 깔며 입을 열었다.

그러자 뒤에 있던 며르치 세명이 기다렸다는듯이 태준에게 삿대질을
하며 말했다.

"예 현상이 형님 저녀석이예요."

"한명이잖나...?"

"아..그..그건.."

"어젠 분명히 네놈들말론 다섯명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그게..."

뭔가 분위기가 심상찮게 돌아가고 있다는것을 눈치챈 사장이 갑자기
앞을 가로막으며 어색하게 웃었다.

"하하 무슨일이신진 몰라도..제가 감히 끼어들어 몇마디 하겠습니다.
이 아이 태준인 정말 착하디 착한 아입니다. 그쪽에게 아무런 폐도
끼치지 않을 녀석입니다. 부디..."

"자네 말은 알겠네...그치만 저녀석의 말도 들어봐야지 않겠나.."

"...."

사장이 걱정스런 눈빛 반, 설마하는 눈빛 반으로 태준을 돌아다봤다.

태준이 대충 상황을 짐작하고 할말을 준비하고 있었던지 기다렸던것처럼
입을 열었다.

"뒤에 저녀석들이 제 음식을 마구 짓밟고 오토바이도 밟았어요.
그래서...."

"음식값을 얼마 치루면 되겠는가?"

"볶음밥 2그릇밖에 없었으니 7000원이면 됩니다."

덩치좋은 사내가 싱긋이 웃으며 만원짜리 한장을 사장에게 건냈다.

"아이구 안이러셔도 됩니다. 이러지 마세요 "

그리곤 잽싸게 태준을 돌아다보며 꾸짖었다.

"인석아 어서 사과드리지 못해..."

"...."

방금전까지만해도 그렇게 무서운 표정이 아니던 사내가 일순간에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

"자...음식값은 자네말대로 지불했네..그럼 내 아이들을 오토바이로 치어
놓고도 사과는 못할망정 저렇게 패놓은건 어떻게 해결할셈인가?"

"....."

더이상 사장으로써도 어떻게 수습할 방법이 보이지 않는 상황까지 와버렸다.

사내는 이윽고 뒤에 서 있던 며르치 같은 세명을 불러 세웠다.

"..."

태준은 말없이 가만히 그 사내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 2부 또 끝 하하-_-; -



[승빈] 신 < 3 >


-3부-

"니들 셋중 누가 저녀석과 붙겠냐?"

그제서야 태준은 그 사내의 의도를 대충이나마 알아차렸다.

"....."

"....."

"....."

하지만 며르치 세명중 그 누구도 선뜻 내가 하겠다 나서는 놈이 없었다.
비록 어제 맞아 쓰러진걸 우연이라 손 치더라도 순식간에 혼자서 세명을
쓰러뜨리는 괴력은 쉽게 무시할것이 못됐다.

"왜 그러느냐 저런 애송이녀석 한명이 두려워 망설이는거냐?"

사내가 그것을 눈치 챘는지 세명을 번갈아 보며 정곡을 찔렀다.

이 무슨 쪽팔린 상황이란 말인가. 같이 따라온 꼬봉들의 시선도 시선이거니와
자신들의 나와바리에서 이깟 애송이 하나때문에 세명이 망설인다는 것은 앞으
로 자신들의 장래에 얼마만큼 큰 타격이 있을지는 불보듯 뻔했다.

더이상 망설이지 못하고 한명이 한걸음 앞으로 다가섰다.

"제가 나가겠습니다."

어제 태준의 오토바이에 직접적으로 부딪힌 시발점의 장본인이었다.

사내의 고개가 끄덕이며 허락이 떨어지자 며르치1은 제법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격투자세를 잡았다.

태준도 엉성하게나마 두팔을 상체로 올림으로써 싸울준비가 됐다는 신호를
보냈다. 벌써 저만치 뒤에 떨어져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사장이 보였다.

"끼앗!"

먼저 며르치1의 발차기로 선제공격이 시작되었다.

태준이 팔꿈치도 가볍게 막았지만 반격은 하지 않았다.
충분히 반격을 하고도 남을 빈틈이 보인 공격이었는데도 태준은 방어만
한채 다시금 며르치1의 후속공격을 기다리고 있었다.

누가 봐도 뻔히 싸울 의사가 없어 보이는 태준의 모습이었다.

며르치1도 그것을 눈치 채고 있었지만 굳이 따지고 들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며르치1에겐 행운이었을게다. 뒤에서 동요 꼬봉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머리에 아직 피도 안마른 애송이에게 얻어 터지면 어쩌나하는
은근한 걱정이 처음공격부터 있었던 탓이었다.

그 자신감이 생긴뒤로부터 며르치1의 공격은 신기하리만큼 날카로워졌고
점점 무게가 실린 주먹들이 태준에게 날아들었다.

그만큼 싸움이라는것은 심리상태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것이 여기서
조금이나마 입증되는 셈이다.

그렇게 일방적인 며르치1의 공격이 시작된지 5분여가 지났다.
아직까지 태준은 조금의 반격도 하지 않고 방어만 하고 있었다.

자신의 잘못으로 사장의 가게에 폐가 갈까봐 우려한 태준의 생각이었다.
이렇게 맞아주면 쉽게 모든것이 끝날것이라고.

하지만 세상 모든일이 그렇듯. 생각처럼 쉽게 해결되지는 않았다.

"그만.."

"....?"

한참 신나게 공격을 가하고 있던 며르치1과 구석까지 밀려 아직도 팔로
얼굴을 가리고 있던 태준이 동시에 의아한 표정으로 사내를 쳐다보았다.

"그만...됐다."

"후...."

태준은 이제서야 모든게 끝이 났다고 생각하며 쉬원한 한숨을 토해냈다.
생각보다 쉽게 일이 끝났다고 생각하니 은근히 미소까지 피어오르려 했다.

"진상이 네녀석이 진 싸움이다."

"옛?"

"..."

"지금 네녀석 모습과 저녀석의 모습을 비교해봐라..그럼 쉽게 답이 나올게다."

역시 그러했다. 여지껏 공격만 한 며르치1은 거친숨을 몰아내 쉬며 스테미나
가 최저에 달했는듯 했고 방어만 하며 벽까지 쏠려있는 태준의 모습은 마치
가벼운 조깅이라도 한듯이 삼빡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태준이 고의적으로 사장을 위해 반항하지 않고 방어만을 한것쯤은
그사내의 눈엔 이미 들어나 있었던것이다.

"이정도면 빚은 갚은것 같으니 뒤로 물러서라 이제."

"...예"

"자네 이름이 뭔가?"

"그쪽은 이미 내 이름을 애송이라고 지은것 같던데.."

"후 그건 내 사과하지...
그래 자네 진짜 이름이 뭔가? 궁금한데 알려주지 않겠나?"

"태준이다."

"무슨 태준인가?"

"그런것까지 말해줘야 하나..빚은 다 갚았다고 그쪽이 얘기했을텐데.."

"아 자네 이름을 빚으로 남겨 놓은건 아냐....후..
좋아 뭐 차차 알아가지. 오늘은 이만 가겠네...다음에 또 봄세.."

"...."

"아, 사장 내일 부턴 다시 손님들이 찾아 들껄세. 오늘 이런 모습을
보이면 손님이 떨어질것 같아 미리 조취한것이니 너무 섭섭케 생각말게"

"아..예 고맙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그들이 식당을 나가자 문밖까지 마중을 나갔던 사장이 급히 뛰어들어오며
태준의 몸을 더듬으며 흥분했다. (표현이 좀 섹시하지만 오해 없길 바란다;;;)

"어디 다친데는 없니 태준아.. 응?"

"예..전 괜찮아요..죄송해요 괜히 저때문에.."

"아냐 됐어 인석아 이렇게 일이 잘 풀린걸...됐지 그래
오늘은 일은 잊고 다시 잘 해보자꾸나"

"예 사장님..."

그렇게 잠깐동안의 태풍이 태준의 앞을 지나갔다.
잠깐동안의...적어도 태준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

아침이 밝았다. 그런이유로.....

"오늘은 주문이 많은데요 사장님"

"그래그래 어서어서 준비하자꾸나"

"아, 어서 오십..."

태준의 눈앞엔 별로 달갑지 않은 사람이 서 있었다.

"빚은 어제 다 갚은걸로 아는데 며르치..."

"현상이 형님께서 널 잠깐보자신다...지금은 일한다고 바쁠테니
가게 문닫자마자 보자신다. 그거 전하려고 온게다."

"그 사람이 왜 날 보자는거야"

"그건 내 알바가 아니고 여하튼 전하고 간다..."

"...."

문을 열고 나갔던 사내가 잠시후 다시들어왔다.

"그리고 난! 며르치가 아냐 새꺄!
난...진상이라고 한다..."

"....."

자신의 이름을 말한뒤 다시 사라진 며르치를 보며 태준은
누가 물어봤냐 며르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

"와줘서 고맙네..거기 앉게"

"...늦었으니 날 왜 불렀는지 용건만.."

"흐음...알았네 그래.
자네 내 밑에서 일할 생각 없는가?"

"우리 사장을 버리고 그쪽 밑에서 배달일을 하란 말인가?"

"음...그말이 아니고...(난 중국집 사장이 아냐 씹새꺄;;)
우리 서진파에 들어오지 않겠냐는 말일세..
아직 신흥이라 쓸만한 애들이 많이 필요한 시기야.."

"그런데...?"

"때마침 자네같은 인재가 내 눈에 띄었으니 이건 내게 있어
신이 주신 기회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난 그 기회를 놓칠수가 없네.
어떤가? 내 밑에서 일하지 않겠나..."

"..."

"자네 실력으로 평생 배달일만 하다가 썩을 작정인가?
그렇담 너무 아깝지 않은가?"

고개를 숙이고 있던 태준은 순간 서연이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대로 배달일을 계속 하다간 언제 서연이를 찾으러 가게될지
장담을 못해...'

서연을 떠올리자 태준의 생각은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월급은...?"

"응?;;;"

"월급은 반점보다 많이 주는가?"

"하하;; 것참...닦지 않은 보석같구만...
월급이란건 없네..."

"뭣이?"

순간 태준은 불끈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진정하게 잠시만 앉아보게나.
자네에겐 미들보스직을 주고 싶지만 아직 이세계에 대해서 그토록
문외한이니 얼마동안은 내 곁에 있도록 하게."

"...."

"자네가 또 일어나서 반점으로 내달을까봐 한가지 일러두겠네.
여기선 월급이란게 없네. 자네가 한만큼 돌아오는 곳이네
당장 5억이 필요하면 10분안에 현금으로 5억을 만들어올수
있는곳이 여기라네. 이쯤이면 자네도 말귀를 알아 들었으리라 보네."

"5억..."

태준은 그날밤 고민 했지만 서연의 사진을 꺼내드는 순간 잡다한 고민들의
끄내끼들은 모조리 사라졌다. 뛰어들기로 결심한건 그리 어려운 순간이
아니었다.

───────────────────────────────────

-3부 끝 후히-_-;-



[승빈] 신 < 4 >

-4부-


그런 이유로... 1년이라는 시간이 또다시 약삽하게 똑딱이며 지나갔다.

"태준이 형님 큰일 났습니다! 향촌애들이 지금 줄리아나로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

"어떡할까요 애들 풀까요"

"현상이 형님은 어디 계시냐"

"어제 술 드신후 신라에서 아직까지 주무시고 계십니다."

"음... 내가 직접 가보겠다. 애들 열명만 뒤에 붙여라."

"열명으로 되겠습니까? 지금 모을수 있는 애들 다 긁어 모으면
2~30명은 족히 될것 같습니다."

"후...진상이 니가 있는데 열명으로 족하지 않겠냐?
나머지 애들은 혹시 모르니 현상이 형님이 계시는 신라에 경호를
붙이도록 해라. 우린 지금 출발한다."

"형님..."

말 그대로 애송이에 불과하던 태준이 1년 사이 몰라보게 변한것을
이 짧은 대화에서도 느낄수가 있다.

꼬봉에게 단 한마디로 강한 신뢰를 얻을수 있는 능력까지 갖추게
된 태준은 이제 누가보아도 서진파의 미들보스로 흠잡힐곳이 없었다.

몇분후 봉고차 1대와 자가용 한대가 줄리아나 입구에 섰다.
덩치 좋은 사내들 열명가량이 급하게 문을 열어재치고 뛰어 내렸으며
그 사이엔 태준이도 껴 있었다.

영화에서 보듯이 보스가 항상 마지막에 거드럼을 피우며 내리는 장면은
연출되지 않았다. 얼핏보아 조직의 꼬봉들만 긴급 파견되어 온것같아
보였을 정도니 말이다.

문을 열고 들어갔을땐 이미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요즘 잠잠하던 향촌녀석들이 보기만해도 살기가 번뜩한 낫과 강목을
저마나 하나씩 후려잡고 줄리아나를 장악하고 있었다.

아직 도망가지 못하고 구석에 짱박혀 있던 손님 몇명이 조용해진
분위기를 틈타 잽싸게 입구쪽으로 튀었다.

오늘 줄리아나를 지키고 있던 7명의 서진파 꼬봉들이 스테이지에
엎어져 있었다.

상황이 예상했던것보다 더욱더 최악이었다.
몇달전 줄리아나를 서진파에 넘겨주었던 향촌녀석들은 오늘 죽기살기로
한판 떠보자고 온듯이 그 인원이 족히 40명은 넘을듯했다.

태준이 천천히 앞으로 나와 큰소리로 말했다.

"남의 나와바리에 와서 무슨행패냐"

"네 녀석이구나 태준이라는 합빠리가!
이곳이 어째서 네녀석들의 나와바리냐
이곳은 오래전부터 우리 향촌의 터였다."

"500년의 역사를 가졌던 5000년의 역사를 가졌던
이곳은 정당하게 우리가 접수한곳이다.
예고도 없이 이게 무슨 추잡한 짓이냐.."

"네 녀석이 아직 더 추잡한 꼴을 못보고 그딴 소리를 지껄이는구나
보아하니 한 열명 남짓 끌어온것 같은데 이곳에서 모두 매장해주마!"

뒤이어 사방에서 함성소리가 울려퍼지며 심한 몸싸움이 시작되었다.
곳곳에서 비명소리도 쉴새없이 터져나왔다.

"모두 태준이 자식을 덥쳐라! 저자식을 죽여라!"

태준으로썬 반가운 함성이 아닐수 없었다.

신이 내려준 능력. 오직 태준만이 내려받은 신의 힘.
한낱 낫이나 강목을 든 인간이 그 힘에 대등할수는 없었다.

"우와와...저건...저자식은 인간이 아냐..."

"미쳤어..저자식은 미쳤어..."

불과 30분이 채 지나지 않아 향촌녀석들이 땅바닥을 기며 치를 떨며
내뱉은 말들이었다.

태준이 여기 도착한지 1시간이 채 되지 않아 모든것은 끝이 났다.

"형님 모두 해치웠습니다."

진상의 목소리가 흥분으로 떨리고 있었다.
이렇게 든든한 주인을 모시고 행동하게 된건 처음이었다.
이분과 함께라면 이 세상 끝까지라도 두려움 없이 갈수 있을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다시 한번 알리겠다. 이곳 줄리아나는 서진파가 재접수한다.
이번은 이정도로 끝내지만 다시한번 이런일이 있으면 그땐
너희 향촌 본거지를 때려부수겠다.."

────────────────────────────────────

"형님 계집 하나 들여보낼까요.."

"..아니 됐다. 너희들이나 즐겨라. 좀 쉬고 싶다."

"예. 그럼 편안히 쉬십시오!"

태준은 침대에 몸을 던졌다. 긴한숨이 침대와 태준의 입사이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고 뜨거운 공기를 만들어 태준의 피부에 와닿았다.

태준은 손을 뒤로 돌려 주머니를 뒤적였다.
조금은 구겨진 서연의 사진이었다.

'난 이렇게 못가질것 없이 성공했건만...'

그랬다. 태준은 이제 잘나가는 한 조직의 미들보스였지만 서연에게
있어서는 깡패로 변한 오빠로밖에 비치지 않을것이 분명했다.

고아원을 나오며 서연을 데려가기 위해 성공하겠다던 그 성공이
지금의 성공과는 길이 엇갈렸다는것쯤은 태준도 이미 알고 있었다.

'이젠 너를 놔줄때가 온것만 같구나...'

....

"밖에 누구 있냐?"

....

"예 형님 부르셨습니까?"

"남는 계집 하나 있으면 들여보내라."

".... 예 형님! 최고로 이쁜 계집 준비하겠습니다!"

문을 닫고 나가는 진상의 얼굴이 활짝 피었다.
모신지 1년이 넘었지만 항상 그늘진 얼굴로 있던 태준이
계집을 찾다니 무언가 변화를 기대 할수 있었기 때문이다.

"똑똑똑"

"들어와라"

"처음 뵙겠습니다. 임유진이라고 합니다."

"..."

─────────────────────────────────

"소식은 전해 들었다. 내가 자는 사이 향촌녀석들이 줄리아나를 덥쳤다고.."

"예..면목 없습니다."

"아니다. 오히려 니가 있어 한결 더 든든해진것 같구나.
네 녀석이 있어 정말 다행이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현상이 저런 약한 소리와 더불어 과한 칭찬을 하는 모습은 다들 처음 보기에
어색해 하면서도 모두들 태준에게 고운 눈길을 보내는것을 잃지 않았다.

그만큼 태준은 실력과 꼬봉들의 신뢰를 갖춘 최고의 미들 보스가 되어있었다.

"태준이 너에게 휴가를 주고 싶구나.
내일부터 일주일간 너만의 휴식을 갖도록 해라."

"아..괜찮습니다. 형님.."

"나 역시 괜찮다. 네 녀석이 휴가 간동안 내게 무슨일이 생길것 같아
그러는구나. 어제 일로 향촌녀석들도 잠잠해졌을테고...나머지 애들
도 다친애들 거의 없이 거뜬하니 내말을 들어도 좋다."

"..예 그럼 감사히 받겠습니다."

태준으로썬 이런 과한 대접이 오히려 심정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언제 날아갈지 모르는 날개 달린 태준을 이토록 과하게 대해준다는건
떠날수 없게 만듦을 태준도 알고 있었을뿐더러 떠나 보았자 자신이 갈
곳은 없다는것이 더욱더 답답하게 밀려왔다.

태준은 수아리 본가로 돌아와 모처럼만의 휴식을 즐겼다.

"형님 뭐 필요하신거 있으시면 언제라도..."

"차를 준비시켜놔라..잠시 다녀올곳이 있다."

"아..예. 지금 준비시켜놓겠습니다."

"혼자 다녀오겠다."

"...."

──────────────────────────────────

"난 아빠!"

"난 그럼 엄마!"

"나도 엄마할래!"

"그런게 어딨어 엄마가 둘인게!"

"헤헤...;;;" --> 아빠한놈

태준은 먼발치에서 어린녀석들이 노는것을 물끄럼히 쳐다보고 있었다.
언젠가 자신과 같이 서연이가 별을 보던 미끄럼틀도 그대로 있었다.

울면서 발버둥치며 서연이가 떠나던 앞마당의 흙도 그대로인듯 했다.

"얘들아 밥먹자~!"

태준은 자기도 모르게 몸을 한껏 웅크렸다.
몇년사이 몰라보게 주름살이 늘어 있는 원장이었다.

"와아~"

어린것들이 모두 뛰어 들어가고 텅비어 버린 앞마당을 보고 그제서야
어깨가 풀린 태준은 자신의 모습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식당에서 일하던때만해도 음식을 싸가지고 와 저녀석들도 마음껏 안아
줄수 있었고 원장선생님의 웃음도 바로 앞에서 바라볼수 있었는데
지금 한껏 웅크려 몸을 피했던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니 나오는거라곤
한숨밖에 없는게 당연했다.

괜히 왔다는 생각에 태준은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발걸음을 앞으로 나가지 않고 있었다. 태준은 다시 돌아앉았다.
그리곤 밤이 깊었다.

태준이 조심스럽게 앞마당으로 걸어가 미끄럼틀에 올랐다.
그리곤 하늘을 올려다 봤다.

순간 태준은 하늘에서 눈을 뗄수가 없었다. 세상의 모든 별들이 나와
태준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 오빠 나 학교 다니고 싶다. '

' 오빠 나 꼭 데려갈꺼지? '

' 오빠....'

─────────────────────────────────

"예. 어제 무슨 안좋은일이 있었는지 술이 잔뜩 취해 들어오셔서
지금까지 주무십니다. 예..아 에 제가 있으니 걱정마십시오. 예."

...

"똑똑똑"

"으음..."

"형님 깨셨습니까..아까전 현상이 형님께 전화가 왔었습니다."

"...깨우지 그랬냐.."

"아..너무 깊이 잠드신것 같아서..."

"그래...나가봐라."

"아침 식사는 어떻게..."

"있다가 먹으마.."

"예 그럼..."

태준은 머리가 띵했다. 술을 아무리 많이 먹어도 이렇게 머리가 아픈적은
없었건만, 아무래도 기억에 눈물을 흘렸던것만 같아 아찔할뿐이다.

어제의 기억이 어렴풋이 되살아 나면서 태준은 눈을 질끈 감았다.
어제 미끄럼틀 위에서 보았던 장면들이 눈앞에 선히 떠올랐다.

순간 어찌 된일인지 서연이가 미치도록 보고 싶은 감정이 피어올랐다.
꼭 짜장면을 먹고난뒤 담배가 생각나듯이...아니 그에 비하면 몇배나
강한 욕망이 일었다.

태준은 재빨리 주머니에 손을 넣어 서연의 사진을 꺼냈다.

"하아..."

그제서야 두근거리는 마음을 조금이나마 진정시키나 했더니
이제 다시 밀려오는 이 답답함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태준은 주먹으로 침대 머리를 강하게 후려쳤다. 두번이고 세번이고 계속..

놀라 뛰쳐온 진상이 문을 열고 태준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고개를 숙이고
밖으로 나갔다.

진상이의 마음은 안타까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태준은 오후한나절 술을 마시고 있었다.

진상이 보고 있다 도저히 못견디어 끼어들었다.

"형님..아침도 안드시고..."

"괜찮다...나가 일보거라."

"...."

"...."

"예 알겠습니다."

늦은 저녁께쯤 되어 진상이 태준의 방에 노크를 했을땐 잠잠했다.
들어가보니 태준은 이미 녹초가 되어 탁자에 엎어져있었다.

진상이 조심스럽게 다가가 태준을 침대위에 뉘였다.

'형님...이게 무슨 바보 같은 꼴이유...'

진상은 탁자위의 술병들을 치우다 무언가를 발견했다.
곱게 간직하려 했던 흔적이 연력이 보이는 조금 구겨진 사진한장과
낡은 종이쪽지 한장이었다.

그제서야 진상은 태준의 행동에 대한 진상(-_-;)을 대충이나마 알아차렸다.

사진속에 있는 주인공은 15살 남짓 되어 보이는 앳띤 소녀로 보조개가
상당히 예뻐보이는 계집이었다.

낡은 종이 쪽지에는 서연이라고 희미한 글자에 전화번호가 적혀있었다.

진상은 자신이 주제넘는 짓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나
아무것도 안하고 있을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천천히 다이얼을 돌렸다.
종이가 워낙 낡아 놓아 오래전것인것 같아 연락이 안될까 조마했지만
다행히 신호가 갔고 웬 여자가 전화를 받아주었다.

"여보세요..?"

"예 여보세요..저기 죄송합니다만 서연씨 계십니까?"

"누구세요..?"

"아 그쪽이 서연씬가 보죠?"

"예..그런데요..그쪽은 누구세요?"

"아..예 일단 만나서 얘기합시다. 거기 어딘가요?"

"누구신지 말씀 안하시면 끊겠습니다."

"전 조진상이라고 하는 사람입니다. 오늘 좀 만났으면 하는데..."

"전 그런 사람 모릅니다. 끊겠습니다."

"잠깐만요...태준이라는 사람을 아십니까 혹시?"

"...."

"만나실수 있겠습니까?"

"예. 나가겠습니다."

그것만으로도 태준과 이여자와의 관게가 어느정도인지 진상은
대충이나마 알수 있었다.

─────────────────────────────────


-4부도 끝. 히히-_-;-



[승빈] 신 < 5 >

-5부-


"오빠와 어떤 사이세요?"

"아..예 전 친굽니다."

"...."

야무지게 다문 입술에서 진상은 서연의 여자됨을 알았고 엷은 화장에서
순수함을 느꼈고 반짝이는 눈동자에서 알수없는 매력을 느꼈다.

'역시 태준형님이 속앓이 할만한 여자군.'

이런 여자라면 왜 태준이 다가가지 못했는것에 대해서도 진상은
알수 있었다. 흔히 그들과 같은 부류가 아니었던 것이다.

모든 연유를 알순 없었지만 대충 뼈대가 그러했다는것은 기정이었으니까.

──────────────────────────────────

요즘 태준이는 진상이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예전과 달리 뭔가 불안해
보이고 숨기고 있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침식사를 마친후 태준에게 산책하겠냐고 물어보지 않고 안절부절 서있
는것만 해도 그러했다.

"진상아"

"아..예 형님"

"내게 무슨 할말이라도 있는게냐?"

"아..아닙니다. 없습니다."

"...."

저녁 노을이 지자 진상은 더더욱 안절부절했다.
약속시간이 가까워진 탓이었다.

그래도 태준에겐 도저히 말을 못꺼내겠던지 결국 말을 돌리고 만다.

"형님..제가 좋은곳을 알고 있는데 저녁식사는 거기서..."

"음? 그래? 그러지..간단한 반주도 나오겠지?"

"예, 그곳 포도주 맛이 일품입니다."

"그럼 그러도록 하자."

"예 감사합니다 형님!"

"...."

딱히 감사할만한 일도 아닌데 진상이 필요이상으로 기뻐하며 몸둘바를
몰라하자 태준은 의아했다.

검은색 승용차 하나가 레스토랑 입구에 미끄러지듯 들어오자 종업원이
꾸벅 인사를 하고 자리로 안내를 했다.

"음...꽤 괜찮은곳이구나."

"감사합니다."

연신 자신에게 감사하다고 말하는 진상이 더더욱 이상하게 보였다.

"진상아 내게 뭘 숨기고 있는것이 있는거냐?"

"아..저..."

진상이 태준의 물음에 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걸로 봐서 태준의
짐작이 어느정도는 들어맞았다.

구체적으로 그 무엇을 짐작한것이 아닌 자신에게 숨기고 있는것이
있다는것의 확신말이다.

그때였다. 입구에서 한 손님이 들어섰다.

웨이터의 안내를 받고 그 손님은 자리로 왔다.
그 자리는 빈자리가 아니고 다름아닌 태준이 앉아 있는 테이블이었다.

예정되어 있던 손님이 있었던것도 아니었기에 웬 손님이 자신의 테이
블로 다가오자 태준은 고개를 들어 손님을 바라보았다.

"......!"

순간 태준의 눈이 번쩍 뜨였다. 한참을 그 표정으로 그 손님을 바라
보고 있었다. 분명 어디서 본듯한 얼굴임에 틀림없었고 또한 자기를
바라보고 있는 그 눈빛또한 낯설지가 않았다.

태준의 머릿속엔 '설마..' 가 계속 맴돌고 있었다.

땋은 머리를 풀고 분홍빛 입술에 엷은 색의 루즈를 바르고 맬빵바지
가 아닌 하늘색 원피스를 입혀 놓고 손엔 진흙대신 작은 핸드백을
들리워 놓으면...

태준이 거기까지 생각했을때였다.

"나 앉아도 돼..오빠?"

그 목소리는 분명 서연의 것이었다. 태준은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던 서연의 목소리를..

순간 태준은 진상을 쳐다보았다.
얼굴이 붉어져 안절부절 못하며 어쩔줄 몰라해 이미 자리에서 일어서
있는 진상을 말이다.

"어떻게 된거냐..."

태준이 침착하게 진상이에게 물었다.
진상이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서연이 나섰다.

"나 이렇게 계속 세워 놓기야?"

"...."

태준이 끝끝내 서연에게 앉으란 말을 못하고 있자 진상이 눈짓으로
자리에 앉아라는 시늉을 서연에게 보냈다.

서연이 할수 없다는듯이 의자를 빼내어 앉았다.

"전..잠시 밖에 나가 있겠습니다."

진상은 벌써 입구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출입문에서 잠시 멈춰선
진상의 표정이 극도로 심각해져있었다.

진상이 자리를 빠져나올때 어깨를 부딪힌 자가 하나 있었다.
어렴풋이 뒷모습을 바라보았을때 그자의 모습은 심상치 않아보였다.
진상은 슬슬 불안해지고 있었다.

그때까지 태준과 서연은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잠시후 그 침묵은 역시나 서연이 깼다.

"오빠...정말 오랜만이야...그치.."

"...."

"하나도 안반가워 보인다..."

"...."

태준은 생각했다. 그날 술에 취해 서연의 사진을 본것까진 기억이
나는데 그 이후론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 정신에 사진
과 서연이 연락처가 적힌 낡은 쪽지를 가지런히 정돈해놓고 잠에
빠질리는 없다.

하지만 잠에서 깨어났을땐 서연의 사진과 쪽지는 탁자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그제서야 태준은 오늘 진상의 불안했던 모습과 더불어 오늘일이
어떻게 되었는지 짐작할수가 있었다.

'진상이 녀석이 쓸데 없는 짓을 했구나'

하지만 태준은 이내 자신이 한심하단 생각이 들었다.
서연을 포기한다고 술을 마신지가 언젠데 아직까지 주머니속에
서연의 사진과 연락처가 적힌 쪽지를 간직하고 있으니 말이다.

"오빠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넌...학생이겠구나.."

태준의 대답을 기대했던것도 아니었고 만나면 태준이 제일 먼저
물어볼 질문이라고 생각했기에 서연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대답했다.

"응...내 소원대로.."

그렇다. 역시나 소원이라는 덧말을 붙인것만 봐도 태준과 서연의
생각은 일치했다는것을 보여준다.

태준의 기분은 묘해졌다. 서연이가 그렇게 바라던 소원인 학생의
꿈이 이루어졌는데도 썩 상쾌하게 기분이 좋은것만은 아니었다.

예전 그 소원을 들어줄 주인공이 자신이었기에, 그렇다고 굳게
믿고 있었던 탓에..

"오빤 뭐해?"

"...."

서연이 또 한번 물었다.
어쩌면 태준이 서연을 여지껏 만나기를 꺼렸던 가장 큰이유가
바로 저 질문이 두려웠기 때문이 아닐까..

"난...그냥 있다.."

"피..그런 대답이 어딨어. 회사원이면 회사원이구 학생이면
학생이구, 사장이면 사장인거지.."

서연이가 친절하게도 예를 들어준 것중엔 태준 자신의 신분은
역시나 끼어 있지 않았다.

"기타..."

"기타? 음악해 오빠?"

"아..아니 기타등등..."

"푸..."

서연이 터져나오는 웃음을 간신히 참으며 환하게 미소지었다.
이것이 몇년만이던가, 그렇게도 보고 싶던 서연의 웃는 모습
을 바로 눈앞에서 보게 되다니 태준은 이게 꿈인가 싶었다.

서연이 웃는 모습을 보니 태준도 서서히 굳어져 있던 얼굴이
풀어지기 시작했다. 서연과 헤어진후 아마도 처음으로 밝은
얼굴을 한 태준이었다.

점점 서먹함이 없어져 태준과 서연은 서로 지내왔던 얘기를
주고 받고 있었다. 대부분 서연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지만..

한편, 밖에 있던 진상은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드디어 아까 부딪힌 남자의 정체가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바로 향촌의 토각이라는 자였다.

'이 자식들이 여길 어떻게 알고...'

안을 어렴풋이 돌아보고 나와 놈들의 숫자는 대충 알수 있었다.
군데 군데 덩치가 좋은 사내가 위장에 철저를 기하기 위해 애를
썼는지 맞은편엔 계집도 몇 앉혀 놓았던걸 보았다.

그 수는 어림잡아 예닐곱명정도는 되어 보였다.
향촌 떨거지 예닐곱명정도야 지금 본가에 연락해 날쌘녀석 몇만 더
불어 모아도 한주먹꺼리도 아니었지만 문제는 태준과 서연이었다.

큰벌 받을것을 각오하고라도 태준의 속앓이를 풀어주기 위해
서연과의 만남을 주선해놓았는데 만약 태준의 신분이 이렇게
들어나버린다면 오히려 태준에게 치명타를 입히는꼴밖에 되지
않을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진상은 눈을 질끈 감았다. 도저히 난관을 타개할 묘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주먹을 꽉 쥐어 신경을 집중시켜보았지만 불안조차 없어
지지 않았다.

다만....향촌녀석들의 방문이

'제발 우연이길...'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고개를 들어 태준쪽을 바라봤다. 거기엔 여태껏 보지 못했던
태준의 밝은 모습이 보였다. 잠시후 저 표정을 일생동안 다신
못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진상은 다시금 눈을 감고말았다.

"오빠, 나 귀도 뚫었다?"

"그래..이쁘구나..아프지는 않았고?"

"오빤? 내가 아직도 애로 보이우?"

"아..그래 미안..집에 어른들께선 잘해주시고?"

"응..과분할정도로 잘해주셔. 고마우신분들이야."

"그래..다행이구나.."

"...왜그래 오빠?"

"....."

태준은 순간 실내에서의 살기를 느꼈다.
이렇게 늦게 그것을 눈치챌 정도로 둔한 태준은 아니었지만
그만큼 서연의 눈빛에 빠져있었던게다.

태준은 들키지 않게 의자를 바루며 주위를 대충 훑어보았다.

'음...대략 일곱명..'

태준은 밖의 풍경을 보려는듯 담배를 하나 물고 진상이쪽을
바라보았다.

안절부절 못해하며 주위를 서성이고 있는 진상의 모습을 보아
진상이도 대충 눈치를 까고 있는것 같았다.

'난처하군...하필이면 이런때..'

───────────────────────────────

- 5부 끝. 사삭/_\ -



[승빈] 신 < 6 >


-6부-


"오빠 왜 그래 무슨일 있어?"

"응? 아니 왜.."

"아니 그냥 갑자기 안색이 안좋아보여서..."

"아냐 괜찮아 아무일도 없어.."

"응.."

'큰일이다.. 드디어 뜰 낌새가 보이는군...'

침묵을 지키고 있던 사내 한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카운터로 나갔다.
계산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나가지 않고 주인과 무슨말을 속삭이듯
하고 있었다.

"오빠 아는 사람이야?"

"으응? 아. 아냐 모르는 사람이야.."

"근데 뭘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봐?"

"아무것도..."

"...."

아직까지 서연은 아무것도 눈치 못채고 있었다.

태준은 깊은 생각에 빠졌다. 어쩌면 지금 자신은 굉장히 사치스러운
고민에 빠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급한것은 서연의 안전인데
지금 태준은 자신의 신분이 서연에게 들켜버릴까 그것만을 염려하고
있었던것이다.

태준은 그제서야 방향을 달리 잡아 생각했다.
잠시전 아무묘책도 떠오르지 않던 까마득함과는 달리 이제서야 태준
의 머릿속엔 차근차근 계획들이 떠오르고 있었다.

"따르르릉"

"예.."

"차에 시동을 걸어놓고 서연을 태워갈 준비를 해라."

"..어쩌시려구.."

"내가 시키는데로만 하거라."

"...아 예 알겠습니다."

밖에 있는 진상에게 핸드폰으로 전화해 지시를 내린후 태준은 한숨을
크게 들이 쉬었다.

"날 태우다니 오빠 무슨소리야?"

"서연아 지금부터 오빠가 하는말 잘 들어.
넌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바로 입구쪽을 향해
서 뛰어라. 절대 뒤도 돌아보지말고 무조건 밖으로 나가라.
문밖으로만 나가면 진상이 널 안전하게 보호해줄게다.
오빠말 알아 듣겠지?"

"무슨말이야 오빠 갑자기..왜그래...무서워"

"...."

그때였다. 카운터에 서 있던 사내가 고의로 동전하나를 떨어뜨렸다.
그러자 이내 자리에 앉아 있던 거구 여섯명이 일제히 일어섰다.

그와 동시에 태준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

태준이 차마 그자리에서 서연의 이름을 부르진 못하고 눈을 부릅떠
아직까지 어리벙벙하며 앉아 있는 서연을 노려보았다.

섣뿔리 서연의 이름을 들먹여 괜히 서연에게 피해가 갈까 두려웠던
탓이었다.

어릴때부터 태준의 말이라면 신의 말과 같이 따르던 서연이었기에
영문은 몰랐지만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섰다.

서연의 그와 같은 느릿한 행동을 향촌녀석들의 움직임이 기다려주
진 않았다. 어느새 여섯명의 사내들이 태준의 테이블 주위를 에워
싸기에 이르렀다. 게다가 카운터에 있던 사내까지 서연의 뒤에 붙
었으니 사면초과가 따로 없었다.

서연은 벌써부터 눈에 눈물이 맺혔다.

"오...오빠..."

두려움에 질린 목소리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런 서연을 앞에 두고 태준은 도저히 침착할순 없는 노릇이었다.
줄리아나에서 향촌녀석들 40여명과 뜰때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던
태준이 지금은 이마에서 식은땀까지 흘러내릴 정도였다.

태준은 지금 온 신경이 서연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상황이 너무나 최악이었다.

"그동안 잘 지내셨는가? 태준군"

"....."

토각이란 자였다. 이마의 상처가 야무지게 아물지 않은것으로 보아
최근에 난 상처인것 같았다. 최근이라면 줄리아나일테고 그때였다면
태준이한테 당한 상처란 결론이 나왔다.

"그땐 신세를 많이 졌다. 우린 신세지고는 못사는 놈들이라서 말이지..
오늘 섭섭치 않게 보답해주마.."

"..그래 네녀석들이 원하는데로 해주겠다. 그러니 여기서 나가자.."

"호오...머리가 좋다고 들었는데 헛소문이었나보군..
밖으로 나갈것 같으면 우리가 왜 여기서 그 긴시간동안을 잠복 했다고
생각하나. 네 맞은편에 서 있는 아가씨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나.."

"....."

어느새 서연의 뒤에 붙어 어깨위에 손을 얹혀 놓은 토각이었다.

순간 태준의 눈썹이 무섭게 치켜올라갔다.

하지만 섣뿔리 움직일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것쯤은 태준도 알고 있었다.
어차피 녀석들이 노린건 태준 혼자가 아니라 서연과 같이 있는 태준이었다.

토각이 서연을 끌고 카운터 앞까지 갔다. 태준에게선 꽤 떨어진 거리였다.
나머지 여섯명은 그대로 태준을 에워싸고 있는 상태였다.

토각이 손을 올려 신호를 보냈다.
사내 여섯이 일제히 태준에게 달려들었다. 태준은 반항하지 않았다.

처음엔 압도적으로 맞아줘 저 토각이란 자의 긴장을 풀어주는것이
서연의 안정상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일인것 같았다.

우선 느긋해진 토각을 만드는게 목표였다. 그런뒤 일시를 노려 다섯을
때려 이고 마지막 한명을 토각쪽으로 던져 토각의 시야를 혼란시킨뒤
서연을 구한다는 것이 태준이 급하게나마 세운 계획이었다.

하지만 태준이 서연의 안전때문에 성급했던 탓이었을까

너무나도 터무니 없는 계획임이 뻔했다. 태준이 아무리 빠르고 뛰어난
주먹을 가졌다 해도 여섯명을 일시에 때려이는 시간은 적어도 5분은 걸
린다는 것이다. 그렇게 긴 5분 사이 토각이 서연을 가만 두겠냐는 말이다.

태준의 예상대로 우선 토각이 서연의 목을 감아쥔 팔이 느슨해졌음을
볼수 있었다. 태준의 눈썹이 또한번 무섭게 치켜올라갔다.

5분.. ? 유감이지만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인간의 기준에서는 납득할
수 없는 힘을 가진자가 바로 태준이다. 그래도 좀 한다는 사내 다섯명이
눈깜짝할 사이에 의자를 껴안고 바닥을 나뒹굴었다.

마지막 한명의 허리춤을 잡아채 토각에게 던질 찰라였다.

"그만!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이 계집의 목은 비틀어질줄 알아라!"

순간 멈칫해버린 태준의 턱을 허리춤이 잡힌 사내가 무릎으로 강하게
올려찍었다.

"욱.."

"팔하나쯤 부러뜨려버려!"

허수아비가 된 태준을 패는것이 재미있는듯 사내는 연신 싱글벙글 징그럽게
웃으며 철제 의자로 태준을 내려찍었다.

태준이 반항할 기미가 보일때마다 토각은 서연의 목을 더욱 세게 조이며
협박을 했다.

"이 계집의 목숨은 내손안에 있다."

"네놈 목숨 역시 내손안에 있다."

"....?"

"뿌각!"

어느새 토각의 뒤에 와 있던 진상이 토각의 목을 비틀어버리는 소리였다.

신나게 태준을 의자로 내리찍고 있던 사내가 태준의 주먹에 의해 순식
간에 거품을 물고 자리에서 뻗어버렸다.

뻗어버린 그는 태준을 때리면서 생각했을것이다.
내려찍어도 아무리 내려찍어도 아픈기색하나 하지 않는 태준을 보고
생각했을것이다.

'이자식은 사람이 아니야..'라고.


"......"

토각의 팔에서 풀려났지만 서연은 아직까지 두려움에 사색이 된 얼굴로
입술을 파르르 떨고 있었다.

진상은 면목이 없다는듯 고개를 깊숙히 숙인채 아무말도 못하고 있었다.

"....."

"난 여기 잠시 남아 있을테니..서연을 집까지 태워다 주고 오너라."

"....."

서연도 진상도 아무말도 할수가 없었다.
다만 태준의 말에 따르지 않을수 없는 분위기라는것만 알수 있었다.

─────────────────────────────────

백밀러로 보이는 서연의 표정은 얼이 빠진 사람같았다.

"서연씨 죄송합니다. 제가 속여서..."

"......"

서연은 굳게 다문 입을 좀채 열지 않으려 했다.
무표정한 얼굴로 창밖만 쳐다보고 있을뿐이었다.

진상은 한가지 더 물어보고 싶은것이 있었지만 차마 물어보지
못하고 있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예던 아니오던 진상에겐
너무 버거운 질문이었기때문이었다.

태준을 이제 더이상 만나지 않을꺼냐고 묻고 싶었다.

"다 왔습니다 서연씨."

"...."

"집 앞입니다."

"...저기.."

"예..?"

"태준오빠...이제 절 안보려고 하겠죠?"

"...!"

진상은 깜짝놀랐다. 자신이 여태껏 묻고 싶었던 그말을 대신해주는
서연이 웬지 자기마음을 꽤뚫어보는 신통력을 가진것처럼 보였다.

"그..글쎄요..저로서는..."

"태워 주셔서 고마워요..조심해서 가세요."

"아...저기.."

서연이 대문안으로 희미하게 사라졌다.


<하늘에선 별두개가 각기 다른 방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

- 7부도 있겠네 낄낄/_\ -



[승빈] 신 < 7 >

- 7부 (주제 : 야호~ 7부 재미있겠는걸!) -


현상이가 태준에게 허락해준 휴가의 마지막 날이었다.
서연과 만난 그날이후로 태준은 거의 바깥출입을 하지 않았다.

멍하니 창문밖을 보기 일쑤였고 술로 한나절을 보내곤 했다.

곁에서 바라보는 진상의 심정은 이루 말할수가 없었다.
이렇게 된 원인의 빌미를 제공한게 자신임은 두말할것도 없었기에.

태준의 무너져가는 모습을 바라볼때마다 자신이 죄인이 된듯한
기분을 감출수가 없었다.

'향촌 X새끼들 다 쳐발라버리겠어!'

진상은 벽을 치며 주먹을 꽉 쥐었다.

───────────────────────────────────

아침이 밝았다.
태준은 유치하게도 새들의 지저귐에 의해 눈을 떴다.

거울앞에 선 자신의 모습은 거의 반시체와도 같았다.
오늘은 본가로 돌아가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진상이 깨우러 오지 않았다.

아직까지 정신이 혼미한 상태라 태준은 그것까진 예민하게 생각치 못하
고 간단히 세면을 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탁자며 바닥이며 침대위에 뒹굴고 있는 빈술병들이 보
였다. 그리고 그사이에 놓여있는 사진한장도 시선에 들어왔다.

그제서야 태준은 섬뜩한 예감이 들었다.

"진상아! 조진상!"

태준은 다급히 진상을 찾았지만 여느때처럼 문을 정중히 열고 들어와
고개를 숙이는 진상은 보이지 않았다.

'설마...'

태준은 황급히 밖으로 뛰쳐나갔다.

'제발...'

───────────────────────────────────

태준이 숨이 목까지 차올라 헉헉 대며 문을 다급히 열었다.
모두 침통한 표정으로 한구의 시신을 둘러싸고 있었다.
다가가는 태준의 발걸음은 분명히 떨리고 있었다.

"....."

"어제밤에 당했습니다."

"....."

"이 자식 도대체 무슨꿍꿍이 속으로 혼자 그곳을...아.."

"....."

진상이의 시신은 차마 눈뜨곤 볼수 없을정도로 끔찍했다.
더러운 향촌이 주로 쓰는 낫으로 목이 따인 자국을 비롯 몸이 성한곳이
한곳도 없었다.

"향촌이고 나발촌이고 아예 밟아버립시다."

"....."

───────────────────────────────────

자식이 없는 진상의 시신은 묻힐수 없어 한줌의 가루가 되었다.

검은 상복을 입은 태준이 무표정한 얼굴로 진상을 강에 뿌려주고 있었다.

'모든게 내 탓이다..'

진상을 다 보낸 태준은 강가에 앉아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진상이형을 그때 그렇게 만났지...'

이제 더이상 자기 수하 똘마니가 아니라고 생각한 태준은 진상을 형이라
불렀다.

'그때 내 오토바이에 치지만 않았어도 형은 이렇게 서글프게 가지
않았을텐데 말이우...'

'인기최절정 "신" 1편에서 형이 내 음식그릇들을 발로 차지만 않았어도
이렇게 못난 날 형님으로 모시는 일은 없었을텐데 ...'

'.....'

'가는길 섭섭치 않게 해 주리다...'

태준은 담배를 하나 피고 남은 한가치는 강을 향해 던져주었다.

───────────────────────────────────

혼자 등을 보인 태준은 이미 서진파가 아니었다.

향촌교 아래 담배를 꼬나물고 있는 양아치정석들이 네다섯명 보였다.

다가간 태준은 다짜고짜 한녀석의 정수리를 힘껏 걷어찼다.
녀석이 엄살을 떨며 바닥에 꼬꾸라져 신음을 토했다.

나머지 양아치들은 갑자기 일어난일이라 당황해 눈을 크게 뜨고
태준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태준이 쓰러진 녀석의 상의를 걷어올렸다. 역시나 겨드랑이 사이엔
천으로 봉합되어 있는 낫이 끼워져있었다.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태준은 일어나 나머지 녀석들에게 다가갔다.

상대는 한명이고 자신들은 세명인데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거리낌없이
다가오는 태준을 보고 자신들도 모르게 움찔해 조금씩 뒷걸음질을 치
고 있었다.

"뭐..뭐야 이새낀.."

"...."

태준은 대꾸대신 씨익 웃어보이곤 다짜고짜 달려들어 주먹을 날렸다.
순식간에 두명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남은 한명이 상의를 걷어 낫을 꺼내더니 공중으로 휘둘렀다.

"가..가까이 오지마. 죽여버린다!"

"...."

태준은 몇발짝 다가간후 녀석이 뒤로 돌아 튀는걸 보곤 더이상 쫓지
않았다.

태준이 바라는데로였다.

'얼마후면 개미떼처럼 가득 모여들겠군...진상이 형이 당했던것처럼..'

잠시 앉아 휴식을 취하는동안 역시나 이곳저곳에서 살기가 번뜩이기
시작했다.

몇분이 채 지나지 않아 향촌교는 수십명의 양아치들로 가득 메워졌다.

그중 한명이 태준이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꼬라지를 보아 틀림없이 되도안한 향촌의 오야봉인듯했다.

"네녀석은 뭐 먹고 사는 애송이냐?"

"....."

굳이 서진파의 태준이라고 들먹일 이유는 없었다.
이미 홀로서기를 결심한 태준이었다.

그때였다. 구석에서 한녀석이 초를 쳤다.

"형님 저자식 가만보니 태준이 같은데요?"

"뭐? 서진파의 태준이 말이냐?"

"...."

가만보니 정말 태준인걸 알아보았다.
그제서야 너무 가까이 다가간걸 눈치챈 향촌의 오야봉은 조금씩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뭐야...너야 말로 경고도 없이 추잡하게.."

"난 오늘 너랑 말장난하자고 온게 아니다."

"뭣이.."

인상을 잔뜩 찌푸린 오야봉을 무시한채 태준은 무더기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 자식이!"

─────────────────────────────────

서연은 요며칠동안 앓아누웠다 일어났다.
하루종일 전화기 옆에만 붙어 한숨을 내쉬며 시간을 보냈다.

'바보같이...'

절대 그럴리는 없다고 다짐하면서도 마음 한켠엔 어쩌면 이대로
다신 태준을 만날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자리잡고 있었다.

태준은 모르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서연은 그동안 한차례도 태준과의
약속을 잊은적이 없었다.

자기를 데려갈 사람은 이세상에 태준외엔 존재하지 않는다고 굳게
믿어왔던걸 어쩌면 태준은 모를지도.. 란 생각에 서연은 갑자기
초조해지지 시작했다.

─────────────────────────────────

때가때이니 만큼 많은 사람들이 망년회다 뭐다 해 술이 진창이 되어
새벽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다.

평소땐 향촌교엔 미친놈 아니면 얼씬도 하지 않지만 이맘때만 되면
술에 한껏 절은 사람들이 향촌교를 지나곤 한다.

"끄억...야..x발 향촌이고 뭐고 다 나와봐! 어? 쫄았어?
으하하하 십새끼들이 말이야. 감히 내...응? 저게 뭐지?"

"으음...뭐가?"

"저..밑에 저것들 다 뭐냐고..."

"으음...어디...응? 저것들 사람아냐?"

"으하하하 더워서 나와서 자는가보군!"

"그러게 하핫!"

때는 1998년 12월 31일 밤11시 였다.;;;

일단 무슨 어휘로 형용해야 할지 난감하다.
그냥...

"도저히 믿기지 않을 일이었다."

향촌교밑엔 수십명의 향촌파녀석들이 피범벅이 된채 쓰러져있었다.
때마침 눈이 내리고 칠흙같이 어둠이 내린 새벽이라 잘 분간이 가지
않았지만 분명 모두 개같이 맞아 반시체가 되어 있었다.

잠시후 그 수십명의 향촌파녀석들 사이에서 웬 검은 물체가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태준이었다.

태준도 일어서있을 기력도 없는듯 다시 털썩 주저 앉았다.
그리곤 욱신거리는 팔을 움직여 담배를 하나 꺼내물었다.

'진상이형..이정도면 섭섭치 않을꺼유..'

담배를 다 핀 태준은 온통 성한곳이 하나도 없는 몸을 일으켜세워
어디론가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었다.

서연의 목소리가 죽도록 듣고 싶어졌다. 아니 할수만 있다면 서연을
죽도록 안아보고 싶어졌다. 피범벅이 된 손으로 공중전화 수화기를
들어 올린 태준은 가까스로 번호를 눌렀다.

밤 11시가 넘어서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신호가 두어번 울리기도
전에 누군가가 받았다.

"여보세요..."

"..."

"여보세요. 태준오빠야?"

"..서연아"

"오빠! ..."

"...."

"고마워 오빠 정말 고마워..."

서연은 흘러내리는 눈물을 굳이 참으려 하지 않았다.
다만 신에게 감사할뿐이었다.

"나..오늘은 오늘만큼은 너한테 전화하는데 망설이지 않았다.."

"잘했어 오빠. 오빠 거기 어디야? 내가 나갈께"

태준은 더이상 서 있기조차 힘들었다.

"지금 당장 나갈께 기다려.."

전화를 끊자 태준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몇년전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던 그 서연의 목소리를 또한번 들을수
있었음에...

하늘에선 방향을 달리해 떨어지던 별두개가 다시금 하나로 모였다.

─────────────────────────────────

주위를 한참 두리번거리던 서연이 공중전화박스를 발견했다.
그안에 누군가 쓰러져있는걸 보아 틀림없이 태준인듯해 달려갔다.

"오빠, 나 왔어."

"...."

"술마신거야 오빠?"

"...."

"이런데서 자면 어떡해 날도 추운데...어서 일어나자."

"...."

"오빠아...오빠?.."

"...."

"오..오빠...태준오빠..."

"...."

"왜..왜그래 오빠! 오빠!"

서연은 설마 하며 태준을 미친듯이 흔들었지만 이미 흘러내리는 눈물이
태준의 죽음을 인정하고 있었다.

"오빠 안돼! 이럴순 없어! 나 왔잖아. 어서 눈떠!
오빠아..."

서연이 태준을 발견했을때 설마 이러리라고 생각못한데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태준은 서연이 오기까지 환하게 웃고 있었기때문이었다.

──────────────────────────────────

눈이 내린다.
99년 새해를 맞이하는 종소리가 멀리 울려퍼지고 있었다.

태준은 23살을 맞았다.


- 끝 -

승빈이었습니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 네이버로 보내기
  • 텀블러로 보내기
  • 핀터레스트로 보내기
0 Comments
제목

[ 유머가 가득한 마을 유가촌 2 입장하기 클릭! ] 

00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