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누리][매직맨] 세발자전거 (7920/37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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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안, 나우누리... 추억의 그 시절에 대한 회상 . . . 유가촌 (유머가 가득한 마을), 푸하, 모뎀 인터넷 시절. . .

이제는 인터넷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어진  그 시절 세상 살던 이야기를 AV툰모아에서 들려드립니다.

 

[나우누리][매직맨] 세발자전거 (7920/37592)

포럼마니아 0 603,168

세발자전거를 아버지가 처음 사 주었을 때 마치 날개를 단 기분이었다.

그 당시에 세발자전거를 가진 꼬마들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나는 한순간에

골목꼬봉에서 골목대장으로 승진할 수 있었다.

힘만 좋은 골목대장인 경석이는 열은 받았지만 세발자전거에 대한 바램때문에

아무 말 없이 나에게 골목대장을 넘겨주었다.

대신 나는 경석이에게 자전거를 마음대로 탈 수 있는 특권을 주었다.

다방구나 술래잡기를 할 때도 나는 세발자전거를 타고 하였다.

세발자전거를 타고 아무리 달려도 그냥 뛰는 아이들보다는 당연히 느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술래는 절대 나를 잡지 않았다.

잡았다가는 세발자전거에 손도 못되게 했으니깐.....

대신 내가 술래가 되면 아이들은 먼저 잡힐려고 난리를 쳤다.

언제나 나에게 제일 먼저 잡히는 아이에게 뒷자리에 앉을 수 있는 특권을

주었기 때문이다.

뒷자리에 앉을 수 있는 대부분의 심복(?)은 여자애들이었다.

나는 골목대장에다 '야타족'이기도 했다.

자전거를 쫄쫄 타고 골목을 지나가다 꼬마아가씨들이 있으면 소리를 쳤다.

"야 타!"

"정말 나 타도 돼?"

"물론이지. 빨리 타"

나는 꼬마아가씨를 태우고 동네방네 유세를 떨며 돌아다녔다.

남자아이들은 그 뒤를 졸졸졸 따라다녔다.

그런 나를 보고 남자애들은 엄청 부러워했고 여자애들은 언제 한 번 태워주나

하고 나를 애타게 쳐다 보았다.

세발자전거의 힘은 엄청났다.

세호는 주머니속에 숨겨놓고 몰래 하나씩 빼먹던 눈깔사탕을 나에게 주면서

한 번 타자고 했고, 가장 재미있었던 만화책인 '꺼벙이'을 가지고 있던

준석이는 보여 달란 이야기도 안 했는데 막 보여주면서 한 번 타자고 졸라댔다.

새침쟁이인 희선이도 내 뒷자리에 군말 없이 탔으며, 단지 내 세발자전거 뒷자리에

탈 수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희선이는 공주가 될 수 있었다.

이불도 안 개고 청소는 물건너인 나는 세발자전거만큼은 정성을 들여서 매일

닦았다.

걸래가 없을 때는 안에 입고 있던 난링구를 벗어 물에 적셔 흙묻은 바퀴마저

번쩍일 정도로 박박 닦았다.

어쩌다 싸움이 나도 내가 무조건 이겼다.

로버트태권브이와 마징가 제트가 싸우면 누가 이기나?

그것도 나의 대답에 달려 있었다.

나는 이제 힘도 쎄지고 머리도 똑똑해지고 얼굴도 잘 생겨진 것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세발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순회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고

밥먹을 때와 오줌 눌 때 빼고는 절대 안장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그리고 해가 질 무렵 멋있는 세발자전거 퍼래이드를 끝으로 나의 하루를

마감했다.

아이들은 모두 나를 좋아했고 나의 말에 따라주었다.

하지만 어느 날, 나의 칼자루 세발자전거는 누군가의 음모에 의하여 부서졌다.

잠시 오줌을 싸러 집에 들어간 순간 나의 세발자전거는 사라졌고 동네를 다 뒤져

찾았을 때는 이미 바퀴가 없어진 두발자전거로 바뀌어져 있었다.

슬픔은 하늘을 찔렸고 나의 닭똥같은 눈물은 땅을 적셨다.

하지만 친구들이 있었고 희선이가 있다고 생각하니 많이 나아지기 시작했다.

그 다음날, 집에서 나가자마자 경석이가 나를 불렸다.

나는 다시 경석이의 골목꼬봉이 되었다.

희선이도 나의 공주가 아니었다.

나는 다시 못생기고 힘도 약하고 멍청한 꼬마로 돌아갔다.

하지만 세발자전거가 있을 때보다 더 좋았다.

술래잡기를 할 때도 이제 나를 잡으러 술래가 따라왔고 내가 술래가 되면

친구들이랑 미친듯이 뛰어다녔다.

다시 나의 신발은 더러워졌고 내기 입고 있던 옷들은 엄마에게 디지게 맞을

정도로 더러워졌다.

세호가 떨어뜨린 눈깔사탕을 수돗물에 씻어 먹을 때가 그냥 줄 때보다 휠씬

맛있었다.

단지 희선이가 멀어진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언젠가 다시 아버지에게 세발자전거를 사달라고 졸라대었을 때 나에게

돌아온 것은 세발자전거가 아니라 디지게 맞는 것뿐이었다.

그 때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

앞에서 조용히 자고 있은 딸내미에게 언젠가는 세발자전거를 사주고 싶다.

하지만 내가 느꼈었던 그 기쁨과 슬픔은 맛 볼 수 있을까?

아마 그 때가 되면 세발자전거라는 말은 사라질 것이다.

오락기나 다른 전자제품이 그 자리를 대신 할 것이다.

그것들이 세발자전거가 해주었던 일들을 조금이라도 해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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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을 마술로 바꿀 수 있다면 ~~~

안양 매직맨

1999. 05. 10. 목요일 (날씨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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