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누리][버터빵] 어떤 발렌타인 데이 (2484/37582)

추억의 유가촌(유머가 가득한 마을)
홈 > FORUMS > 유가촌 레전드1 > 버터빵
유가촌 레전드1

002.jpg


천리안, 나우누리... 추억의 그 시절에 대한 회상 . . . 유가촌 (유머가 가득한 마을), 푸하, 모뎀 인터넷 시절. . .

이제는 인터넷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어진  그 시절 세상 살던 이야기를 AV툰모아에서 들려드립니다.

 

[나우누리][버터빵] 어떤 발렌타인 데이 (2484/37582)

포럼마니아 1 11,623

발렌타인 데이. 2월 14일 근처만 되면 모든 세계의 연인들이란 연인들은 전부
무엇에 쫏기는 듯이 경쟁적으로 초코렛을 사고, 만날 약속을 잡고, 어떻게
좀더 좋아한다는 말을 멋지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그런 고민들...
고민들... 그런 걸 보고 행복한 고민이라고 하나요?

2월 14일의 아침. 전 다른 날과는 달리 일찍 일어났습니다. 오랜만에 밝은
햇살을 오랫동안 맞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무척이나 기분 좋은 하루가 될
것 같았습니다.

몸을 뿌드득 일으키고, 화장실에 가서 세수하고, 이 닦는 20년동안 계속
되어온 습관 아닌 습관을 행사처럼 마치고 나서 옷장을 열었습니다. 옷장
안에는 길거리를 걷다가 무작정 사버린 5000원짜리 분홍 스웨터가 아빠가 큰
맘 먹고 사주신 롱코트와 같이 힘겨워 하는 눈치로 걸려있더군요. 이 놈, 제가
아니면 누가 입어주겠습니까. 분홍 스웨터를 꺼내 걸치고, 청바지를 입은 뒤
전 어머님께 나간다는 말도 안하고 그냥 집을 빠져 나왔습니다.

그녀랑 만날 약속은 하지 않았지만 제 옆에는 항상 그녀가 있습니다. 지하철
타러 같이 가는데도 옆에서 계속 싱긋 싱긋 웃어주더군요.

" 춥니? "

" 아니. 너만 안추우면 나도 안추워."

" 그래."

그리고 지하철을 타고 신촌역으로 향했습니다.

신촌역에는 그렇게 사람이 많을 수가 없더군요. 저마다 행복한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즐겁게 웃으며 오늘을 즐기는 그 수많은 커플들. 저도 질 수
없었죠. 제 옆의 그녀를 보며 전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웃어주었습니다.
안을수도 없고, 손을 잡을 수도 없지만 같이 있는 것으로도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자주 가던 철판 볶음밥 집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그녀는 좀
배불러 하는 눈치길래 하나를 시켜 둘이 나누어 먹었습니다. 이상하게 목에
걸려 왔지만 그냥 모른 척 하고 꾸역 꾸역 먹어댔습니다. 꾸역 꾸역...

그리고 잠시 신촌 거리를 거닐었습니다. 소화도 시킬 겸, 거리도 볼겸.
오랜만에 와 본 거리라서 그런지 어색하기도 하고, 그 많은 사람들을
헤쳐나가는게 거북하기도 하고, 그래서 저와 그녀는 그냥 가만히 벤치에
앉아서 겨울의 햇빛을 몸으로 누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서 제가
예매를 해 두었던 영화를 볼 시간이 되었습니다. 전 제 곁에서 따스하게
지켜보고 있는 그녀와 같이 영화관으로 향했습니다.

역시 영화관에도 사람이 많았습니다. 재미있는 영화라고 소문이 났었으니까요.
그러나 전 영화내용은 하나도 기억 할 수 없었습니다. 옆에 앉아있는 그녀의
얼굴을 보는 게 더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었으니까요. 너무 행복하니 눈물이
나더군요. 손을 꼭 잡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슬프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나오니 벌써 저녁 9시. 밤은 벌써 별들로 어두움을 밝힐 수 없을
정도로 깊어졌고, 달은 나무가시처럼 세상을 찔러대고 있었습니다. 그녀가
제가 살며시 얘기하더군요. 초콜렛 사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그래서 전
아무말 없이 가게로 들어가 제일 예쁜 초콜렛을 사서 손에 들고는 얘기
했습니다. 이건 내가 산 게 아니라 네가 사 준거라고. 그때 그녀의 표정은
제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기쁜 표정이었습니다.

......

그 날 영화관에서 옆의 빈자리에는 제 눈물방울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을
껍니다. 혼자 걷던 신촌 거리에 남겨진 발자국 하나하나마다에도 고스란히
슬픔이 담겨져 있을 껍니다.

그렇게.. 전 1년전에 골수암으로 떠나버린 그녀와 함께 행복한 발렌타인
데이를 보냈습니다. 그녀와 함께.....

이젠 놓아줄께. 안....녕. . . . .. .


- 이 글은 제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쓴 글입니다. 제 친구처럼 슬픈 발렌타인
데이를 보낸 분이 없기를 빌며 이만 마칩니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 네이버로 보내기
  • 텀블러로 보내기
  • 핀터레스트로 보내기
1 Comments
❤️AVgirl쭈리❤️ 21-10-28 21:23
조지 번스 아저씨가 .. 90세 때 섹스하는 건, 마치 당구 칠 때 밧줄을 큐대로 쓰는 것과 같데요... 그러니까 한살이라도 젊을때 많이 놀아요~~
제목

[ 유머가 가득한 마을 유가촌 2 입장하기 클릭! ] 

00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