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우누리 』][샤다이] 노란 보헤미안 (14126/37802)

추억의 유가촌(유머가 가득한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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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촌 레전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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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안, 나우누리... 추억의 그 시절에 대한 회상 . . . 유가촌 (유머가 가득한 마을), 푸하, 모뎀 인터넷 시절. . .

이제는 인터넷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어진  그 시절 세상 살던 이야기를 AV툰모아에서 들려드립니다.

 

[『 나우누리 』][샤다이] 노란 보헤미안 (14126/37802)

포럼마니아 0 4,095

-노란색에 담긴 어릴적 추억 and 어릴적 이상향.


피사체에 냉정함과 분노의 느낌을 주려
은빛나는 금속성 물체를 주위에 두어 불규칙하게 찌그리며 할퀴어 놓고,
가장자리를 라이터로 빨갛게 달구어 미장센을 꾸미고 있다.
이 과제를 끝으로 잠시 학교를 떠난다.
다음달에 있을 군 입대를 위해서..

"오빠~ 내 필통에서 못 좀 갖다줘~ "
"내가 니 꼬봉이냐 -_-?"
"가져오면 100 원 줄께~ "

웃으며 잽싸게 달려가서 갖다주며 말했다.

"얘~ 우리 집엔 망치랑 뺀찌도 있는데 그건 얼마씩 쳐줄래 ? 거의 새건데. 방긋~ "

★☆★
기습적으로 복부를 맞아 바보같이 넘어졌다가...
쪽팔림을 감추기 위해 아무렇지 않은 듯 빨강 머릴 천천히 넘기며 자리로 돌아왔다.
요새 애들은 왜 나의 위대한 개그를 썰렁으로 싸잡아 학대하는지 모르겠다.
치사하게 백원도 안주고. 어유 씹.. -_-
깔판 곳곳에 묻은 노란 페인트를 닦아 마무리 하려 식염수를 종이 접시에 따르는데
어디선가 개 한 마리가 정신없이 달려오더니 종이 접시를 핥고 컹컹거렸다.

"뭐얌마 ?"

순간 방금 날 팬 못된 애도 정신없이 달려오더니 강아지를 번쩍 들며 난리를 쳤다.

"어휴~ 이런 건 조심해야지. 우리 쌔리 죽일 뻔했잖아 !
식염수를 이렇게 함부로 놔두면 어떻게 해 ? 아까 백원 안줬다고 보복 하는거야 ?"
"야... 날 어떻게 보고 하는 소리야 ? 내가 그렇게 쪼잔한줄 아냐 ?
그리고 식염수 좀 먹는다고 개가 죽진 않아, 이 바보야 !!"
"그럼 위험하다고 써 놓기라도 해야할거아냐 ? 앙 ??"
"그래그래~ 알았어 미안해, 써놀께.. 근데. 니네 개가 한글을 읽을 줄은 몰랐는걸~"

이라 말하고 잽싸게 튀려다 지나는 긴 치마의 여자와 부ㄳ혀 넘어지고 붙잡혔다.
젠장, 재수없게스리-_-

"(멱살 잡고) 이게 씨... 너 죽을래~ "
"하하-_- ..미안... 대신 사진 찍어주는 걸로 화풀면 안될까 ?"
"정말... ?"
"응, 너무나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남산을 배경으로 잘 찍어줄께 ^^"

튀기다 만 거대한 닭다리 같은 남산을 배경으로 동생을 세웠다.

"예쁘게 찍어줘야 해. 히... 치즈- ^^@"

순간 카메라 모서리로 동생의 어깨를 무참히 내리찍고 튀었다.

"퍽--- ★"
"아악~~~ 뭐야 이거 -_-?"
"(도망가며) 어때 확실하게 찍혔지 ? 필름 값은 안줘도 돼. 이제 화풀어~ 푸화하~ "
"이게 이씨... 또 날 속였어 !!"

바보, 나한테 그렇게 속으면서 또 속다니.
쫓아오는 동생의 폼을 흉내내는 여유까지 보이며 남산으로 연하게 올라가는데
길 앞으로 한 여자가 천천히 시야에 들어왔다.
생머리를 가지런히 묶고 긴 치마를 입은... 좀 마른 체구의 가정주부.
가만보니 아까 부?힌 여자.
이어서 길가에 날리는 노란색의 낙엽들과 환한 햇살.
끝없는 가로수도 그녀와 함께 천천히 머리 속으로 들어왔다..
그녀가 누군지 모르지만.. 잠시 멈춰서서 바라봤다.
엄마의 옛모습과 너무 닮아서. 저 여자 누구지 ?

"에잇, 퍽~~ ★"
"아악~~~ "
"(막 때리고 꼬집으며) 이게 씨... (퍽~) 날 사진기로 때리고... (퍽퍽~) 이씨...
"야야... 이성을 찾어, 다 장난인데 뭐 계속 때릴라구 그래 -_-?"
"장난이라구 ? 장난인데 여자를 카메라로 찍어 ?! 정말 저녁사야해... 이씨이씨.."
"알았어 미안미안~ "
"저녁사야돼, 저녁~ !!"
"저녁은 자꾸 왜 ? 나 돈 없어."
"오빠 아까 못 찾는 척하면서 내 강냉이 6 번이나 집어서 가져갔잖아, 다봤어 !!"
"어휴... 그럼 꼴랑 그거 때매 백원 안준거야 -_-?"
"어머머... 그럼 오빤 그깟 백원 때매 지금까지 행패부린거였어 -_-?"
"앗... -_-;;;;;"

★☆★
왕 꼬집힘 장난아니게 당한후 돌아보니 그녀는 이미 사라지고 안보였다.
어디로 갔을까 ? 다시 한 번 보고 싶은데. 화이고 옆구리야... -_-;;
엄마 하면 떠오르는 모습이 있다.

나의 가족은 내가 6 살 때까지 미아리의 삼양동에 살았다.
아버진 신촌에서 가구점을 운영하는 집의 가장이였고, 엄만 아직 사업가로의
재능이 발견되지 않은 평범한 가정주부여서 지금처럼 자주 집을 떠나 계시지 않았다
형은 꽤 높은 언덕에 위치한 삼양 초등 학교란 곳을 입학해 다녔고,
난 그 삼양초등학교 길목에 있는 애육유치원이라는 형이 졸업한 유치원을 다녔다.
가끔 유치원이 쉴 때 엄마 등에 업혀 아버지 계신 신촌에 가곤 했는데
정류장에 내리면 버드나무 가득한 신촌 길을 한참 지나서 아버지 가게에 도착했다.
엄마를 떠올리면 항상 이 때의 모습이 떠오른다.
출근 시간이 지나 한적한 신촌의 거리를 엄마 등에 엎혀 걷던 모습.
등에 업혀 듣던 자상한 언어. 햇살에 빛나는 낙엽. 끝없는 가로수...
어린 나이에 경험한 행복이라는 느낌.
엄마는 내게 착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라고 말씀하셨고,
난 어른이 되면 엄마에게 보답하겠다고 마음먹었다.
별것 아닐지 모르지만, 난 슬플 때 이 때가 자주 떠오른다.
엄마가 아파서 병원에 몇 달씩 누워 계실 때도 그랬고,
교통사고로 찌그러지고 할퀴어진 차안에서 피묻은 엄마를 끌어내며 울 때도 그랬고,
재수할 때도 많이 떠올랐다.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머리 속에서 자주 떠오르는 엄마의 옛모습이다..

"오빠, 과제 안할 꺼야~ "
"간다, 가 !! ..... "

냠냠...
어느덧 꼬마에서 대학생이 된 난,
이번 과제에 역겨움의 느낌까지 추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하는 고민으로 오늘을 보내는 예술학도가 되었다.
피사체의 정체는 내 어릴 적 사진이다. 유치원에서 대공원에 갔을 때 찍은건데...
바보같이 나왔지만 표정이 맘에 들어서 늘 가지고 다니는 사진이다.
이런 바보찍힌 사진엔 어떤걸 배치해야 역겹게 보일 수 있을까... ?
미장센에 죽어있는 바보꼬마 복제인간이라도 걸쭉하게 붙여 볼까 ?
순진한표정이 사실은 복제된 혈육(?)들을 죽이고 살아남아 기뻐하는 표정인 것처럼.
훗... 그나저나 깔판에 묻은 저 엿같은 노란걸 지워버려야 촬영을 하던가 할텐데..
고민하는 머리로 과제하던 장소로 되돌아가는데 등 뒤로 뭔가가 정신없이 왔다갔다
하는 게 느껴졌다. 뒤돌아보니 아까 그 똥강아지가 꼬리를 치고 있는 것이다.

"왜 ? 또 식염수 마시고 싶냐 ?"
"달랑달랑~ "
"아님 너도 사진기에 찍히고 싶냐 -"-?"

그런데 그러다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자기 있던 곳으로 달려가
나를 경계하며 제 몫의 강아지 먹이 같은 것들을 허겁지겁 먹어대는 것이다.
이 놈이 왜 그러나 하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글쎄 이노미 내가 그걸 뺏어 먹을 놈으로 보구 있는 거시다.
다른 학우들 왔따리갔따리 할 땐 놔두던 걸 내가 들어오니까 막 먹어 -_-?
순간 화가 치밀어 올라 몇 대 패려고 뛰어갔으나...........
함께 밥먹기싫은 개주인이 떠올라서 멈칫거리다가 새우깡 몇 개 던져 주고 말았다.

"얌마, 이거 먹어.. 난 너에게 모이를 주는 쪽이지 뺏어 먹는 쪽이 아냐. 알겠냐 ?"

아까 그 여자에게 시선이 간건 그녀가 엄마의 옛모습과 닮았기 때문이다.
엄마는 옛모습과 지금이 많이다르다. 옛날엔 긴생머리에 가정일만 돌보던 가정주부.
지금은 동그란 안경낀 컷트머리에 책만 읽는 사업가.
둘다 귀여운 엄만데 옛모습이 깊이 기억되는건 왜일까 ? 냠냠...
새우깡을 몇개 더 던져주고 식염수가지러 웍샵갔다 나오는데 빡도는 일이 발생했다.
새끼가 내내 안먹고 있던 새우깡을 내 눈치를 한번 잽싸게 살핀 후
또 다시 허겁지겁 먹어댄 것, 바로 '그것' 이었다. 순간 나는 진짜 빡돌아서
놈의 면상을 잡고 새우깡 봉지로 한 이십대정도 내리찍으며 말했다.

"새꺄,난,너의,모이,를,뺏어,먹는,쪽이,아니,란,말야,모르,겠냐,뭘,꼴아,봐 !"

하지만 이 똥강생이는 운좋게도 이놈을 사랑하는 인간 여자의 도움으로
나머지 네대의 체벌을 모면했다.

"야만인, 요만한 개 때릴 때가 어딧다구 때려요 ? 주연이한테 다 일를꺼야 !!"
"때리긴. 우린 너무 친해서그러는거야. 이게 노는거라구. 그러니까 이를필요 없어."

개색끼야... 너 오늘 운 끝장나게 좋은 줄 알아라. 퉤-

이번 과제의 컨셉은 주위에 있는 인공물을 통해 자기의 감정을 담아내는 것이다.
내가 드러내려는 감정은 분노와 '역겨움' 이다.
남들의 역겨움이 아닌 내 안에 있는 역겨움.

나이가 들면서 엄마와 많이 싸웠다.
정확히 말하면 싸운게 아니라 내가 그냥.. 짜증을 냈다.
고 3 때부터 길들여진 이 모습이 내게 귀신처럼 달라붙어서 떠나질 않는다.
엄마의 논리적으로 틀린 모습이 발견되면 어떻게든 찝어내서 반박하고 상처를 낸다.
무시한다. 엄마를 울린다...
그리고 문닫고 돌아서면 후회하는 바보같은 모습.. 언제나 반복되는 모습.

"정호~ 과제 다 했어 ?"
"페인트만 닦아내고 촬영하면 돼."
"그거 말고 교양숙제 말야."
"교양숙제 ?"
"여태까지 배운거 차트내는거랑,
부모님 결혼기념일이랑 자신 생일을 계산해서 이 시대의 성문화 어쩌구저쩌구..."
"그렇게 많어 ?"

젠장, 과제 빨리 끝내고 동아리나 놀러 갈라고 했는데...
근데 결혼기념일이 언제더라 ? 부모님 생신은 알지만 결혼기념일은 까먹었는데...
다이어리를 뒤적이다가 집으로 전화를 했다.

"형, 나 정혼데.."
"지금 바쁘니까 용건만 말해."
"아빠엄마 결혼기념일이 언제지 ?"
"잘 모르겠는데.. 8 월 17 일인가 ?"
"그건 내 생일이야-_-"
"바보, 8 월 17 일이래두~ "
"쓰.. 아버지나 엄마 좀 바꿔봐."

아버지가 받으셨다.

"저.. 아버지.."
"지금 바쁘니까 용건만 말해."
"-_-;;;; ..결혼기념일 언제예요 ?"
"너는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그걸 몰라. 어휴, 자식 헛키웠구나 헛키웠어 !
정말로 사내 자식은 키우나 마나라니깐~ !! 다 소용없어 !!!"
"악.. 죄송해요 -_-;;;"
"죄송하다구 ? 어떻게 어른이 되서 그걸 모를 수 있는거냐 ? 난 너희 때 안그랬다."
"죄송... 정말정말 앞으로 절대 안잊어버릴께요... 언제예요 ? 결혼기념일 ?"
"...................."
"결혼 기념일 언제죠. 아빠... ?"
"여보~~ 당신 전화요."
"-_-;;;;"

결혼기념일은 12 월 1 일이였다. 알고 있었는데...
그리고 보니 언젠가부터 결혼기념일을 챙기지 못한 것 같다.

하던 과제에 교양 과제까지 추가로 하려 웍샵 사물함으로 다시 들어갔다.
노트를 찾아보았으나 노트는 어디에도 없었다.
어디다 치웠는지를 기억해 낼 수 있다고 해도 찾아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정리정돈을 모르는 나라는 인간에게 1 년 가까이 헝클림을 당했고,
방금도 식염수 찾는다고 헝클림을 당한 고철가득한 캐비넷에서 나는 심지어
내 입학초의 꿈이 어디있는지도 헷깔린다. 하물며 과제따위를 쉽게 찾을리야 !
그러나 나는 엉망인 캐비넷을 좀 더 엉망으로 만들어서야 기어이 노트를 찾아냈다.
그리고 노트를 펼쳤다. 하지만 그 안엔 아무 것도 기록되어 있지 않았다.
엉망인 웍샵과 엉망으로 훌륭한 은색 캐비넷과 고철들,
아무것도 안적혀 엉망인 기분과, 언제부턴가 계속 재수없게변해가는 엉망인 나 !
모든 것이 완벽하게 조화로우니 내 주먹 맛이나 봐라, 제기랄 !!

"멍멍~ "

뒤돌아보니 바보개가 아까처럼 꼬리를 빠르게 흔들며 서 있다.

"꺼져라, 남은 체벌을 당하기 전에."
"멍멍~ 달랑달랑~ "
"자꾸 뭐라고 그러는거야 ? 답답해, 인간 말로 좀 짖거려봐."

살짝 뻗은 발에 개는 멀리 날라갔고 웍샵은 온통 개 한마리의 울음바다가 되었다.

"깨갱~ 깽깽~~ "
"미안.............해..."
"............"
"정말 미안.. 미안... 엄마랑 다퉈서 그랬어. 넌 엄마있니 ? 없니 ?
난 있는데..... 왜 자꾸 엄마만 대하면 신경질적이 되는지 모르겠다."

쭈그리고 앉아 머릴 쓰다듬는데 등 뒤로 뭔가를 먹으며 왔다갔다 하는게 느껴졌다.
그림자 크기로 봐서 이번엔 사람이지만 아까와 비슷한 느낌인...
짐작컨데 강아지를 빌미로 밥을 얻어먹고 다니는, 바보개 주인 듯했다.

"(뒤돌아보며) 그래도 날 비웃지 않는건 니 개뿐이 없다."
"아냐, 개도 웃어."
"개가 웃는다구 -_-?"
"응, 꼬리로 웃어. 봐.. 웃고 있잖아."

똥강생이는 어느새 울음을 멈추고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매우 빠른 속도로...

"달랑달랑~~ "
"그럼 아까부터 따라다니면서 꼬릴 흔들던게 날 비웃기 위함이였어 ? 이런 개색..."
"깨갱~ 깽~~ "
"에잇, 나쁜 오빠! 우리 쌔리를 때리다니... 걸렸어, 밥.사.내에~~ "
"그래 내가 사는 밥이나 먹어라, 이 여자 김형곤아~ !!"
"이게 이씨..."

이번엔 내가 봉지로 한 20 대 맞았다. 강냉이 봉지로...
하지만 내겐, 사랑하는 여인이 없어서 20 대를 모두 맞아야 했다.
말없이 서서 때리는 걸 다 맞아줬다.
참 아픈 날이다. 맘이 아픈 날..

"결혼기념일 몰랐니 ?"
"응."
"점심은 먹었어 ?"
"응."
"뭐 사먹었어 ?"
"햄버거."
"그런거 먹지말고 밥을 먹어야지. 오늘은 일찍들어오니 ?"
"아씨.. 짜증나게, 제발 그딴거 좀 신경쓰지말고 엄마 일이나 해, 그리고 이젠 좀."

웍샵에서 화를 내고, 강아지를 발로찬건 통화 후의 죄책감 때문이였다.
엄마와 대화만 하면 순식간에 신경질적으로 변하는 나의 언어. 의 죄책감.
나도 몰랐던 내 모습에 놀라고 상처 받는 엄마. 와 나.
제일 똑똑하고 지혜로울 20 대의 나이에 갈수록 감퇴되는 지능을 가진
부모를 상대로 하는 치사한 논리 싸움. 이유는 어찌됐든 부모를 향한 지적인 폭행.
혀로 엄마를 베어버리는 시뻘건 언어들.. 역겨움. 난 정말로 나쁜 놈.
길거리를 지나가는 아줌마에게도 이렇게 신경질을 낼 수 없을텐데..
친엄마라는 이유로 너무나 함부로 대하는 난 도대체 어떻게 된 아들 ?

"이제 밥.사.내.!!"
"다 때렸냐... ?"

어지러진 케비넷을 잠그고... 말했다.

"따라와- "
"어디갈껀데 ?"
"신촌."
"또 신촌 ? 오빠 신촌가면 또 돌아다니기만 할꺼지 ?"

헝크러진 마음을 정리하러 신촌으로 갔다. 나의 꿈결같은 신촌으로...
논과 밭, 산과 강은 없지만 이곳은 내게 멋진 고향이다.
군대가서도 날마다 떠올릴 잊지 못할 고향. 나의 옛 추억이 많이 담긴 곳이고..
날 사랑하는 사람이 어리고 조그만 날 위해 땀흘렸던 장소..
하지만 난 이런 거룩한 의미를 긍휼히 받아들이지 못한체
핑계처럼 신촌으로와 향락만 즐긴다.

"정호 오빠, 담배 한번 펴볼래 ?"
"줘봐..."
"정호 오빤 담배 안펴 ?"
"담배를 피느니 너 입에 키스를 하겠다. 난 술이나 더 줘~ "

순간 담배 핀 친구가 당황하며 말했다.

"어.잠깐만-_- 난 둘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건줄 몰랐어.. 키스로 바꾸면 안돼 -_-?"
"색마새끼. 퍽~~ ★☆★"
"푸하하, 너 제랑 키스하고 싶었냐 ?"
"헤.. 귀엽잖아, 붉은 립스틱이 쌕쉬하기도 하고 ^^"

어릴 때의 내 모습...
부러울 것도, 전혀 내세울 자랑스러울 건덕지도 없는데 왠지 되찾고 싶다.
이유는 바로 나이기 때문에.. 괜히 감상에 젖으니 눈물도 난다.
어릴 때 사진을 쳐다보니 내가 내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왜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사진속 귀여운 꼬마를 내가 망치고 있다는 느낌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날 바라보는 꼬마의 사진..
꼬마를 바라보지만 젠 내가 아니다. 제도 내가 자기라고 말 못할꺼다.
둘은 같은 박정호지만 복제인간처럼 서로 다른 인격을 가지고 있다.
지금의 난 누가 누굴 죽여서 살아남은걸까 ?

"정호오빠 안좋은 일 있어 ? 왠일로 술을 다 해 ?"
"나도 가끔 술마셔. 나 한잔 더... 짜증나는 일이 생기기 전에.."
"오오올~ 진짜 ? 언제 ?"
"가끔... 세례식 때 마셨어."
"피~ 그런 식으로라면 아까 술마시기 전엔 왜 기도 안했어 ?"
"그건......... 그건... 지금 여기서 술마시는 걸 하나님께 알리고 싶지 않았거든."
"후훗~ 또 머리쓰네... "
"자자, 닥치고 술이나 마시자. 짜증나는 일이 생기기 전에~ "
"근데 술 값은 누가 내 ?"
"제길, 드디어 짜증나는 일이 시작되는군."
"오빠가 산다고 했잖아, 증말 -_-;;;"

어릴 땐 밤이 무서워 집을 떠나지 않았지만 이젠 밤이 깊어도 집에 들어오질 않는다
난 변했다... 또한 계속 변한다.
좋게 변하는건지 나쁘게 변하는 것지는 모르겠지만 저 꼬마랑은 다르다.

친구들과 만나면 언제나 신촌에서 홍대까지 걸어 온다.
그리고 홍대 앞에서 그들을 바라다 준다.
가로수가 늘어선 신촌거리.. 이 거리를 걸으면 감동이 머리를 뒤덮는다.
머리 속으로 떠오르면서 가슴이 복받쳐오르는 느낌.
그리고 어릴적의 행복한 모습이 노랗게 떠오른다.
엄마 등에 업혀 버드나무 거리를 한없이 걸으며 행복했던 순간..
엄마를 행복하게 해드리겠다고 품었던 다짐.
등에 업혀 엄마의 사랑을 듬북 받던 기억.
엄마의 조용한 노랫소리.. 잔잔한 언어.. 따사로움.. 포근함.. 행복..
하지만 내 삶의 역겨움들이
어릴 적 환한 기억들을 순식간에 할퀴어 찌그려 뜨리고 괴로워한다.
난 역겨운 아들...
어제도 엄마와 크게 다퉜는데 화내고 방문을 쾅닫고는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아직 나이가 22 살 밖에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인까 ?
어리고 덜익은 머리라는 이유로 이렇게 밖에 생각을 못해야 하나 ?
이런 병신 같은 생각이 어릴 적부터 품었던 보답이란 거였나 ? 이딴 게... ??

날 먹이던 손을 물어 버리는 모습. 그렇게 재수 없게 커 버린 나.
내가 만약 엄마를 사랑한다고 말한다면 누가 날 믿을까... ?
엄마 앞에선 괜찮다고 큰 소리 쳤지만, 군대 가면 엄마 때문에 많이 울겠지.
왜냐면 난....... 마음 여린 조인숙씨 둘째 아들이니까.

* 군입대전, 22 살 샤다이 때 유가촌에 올렸던 글을 완성시켜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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