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우누리 』]♨불기둥♨ 스키. (31574/37852)

추억의 유가촌(유머가 가득한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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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촌 레전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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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안, 나우누리... 추억의 그 시절에 대한 회상 . . . 유가촌 (유머가 가득한 마을), 푸하, 모뎀 인터넷 시절. . .

이제는 인터넷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어진  그 시절 세상 살던 이야기를 AV툰모아에서 들려드립니다.

 

[『 나우누리 』]♨불기둥♨ 스키. (31574/37852)

포럼마니아 0 4,818
내가 비행기를 처음 타본것이

국민학교 4학년 때였으니

뭐, 물론 요즘 애들에게는 못미치지만

(ex: 오빠 나 국민학교 졸업여행 중국-_-에 다녀왔어~ by 7살연하 사촌여동생)

부모님에 비해서는 상당히

문화적 혜택을 어릴때부터 누렸던거같다.


하지만 그 비행기를 타고 서울에서 속초까지 피서를 가서

매일 아침, 집에서 가져간 '다달학습;;'을 풀고

엄마가 정해준 양 이상 풀기 전에는

콘도 밖을 나가, 바다로 향할 수가 없었다는것이 좀 -_- 하긴 하다.


내가 스키장을 처음으로 가본것은 국민학교 5학년때.

당시 '금강체육관' 이라는 태권도장에 다녔었는데

그 도장에서 단체로 스키장에 간다는 소식은

당시 나의 성숙되지 않은 마음으로도

"나도 이제 부르조아가 된건가" 라는 아이같은 탄성과

"엄마가 절대 안보내줄꺼야" 라는 어른스런;; 탄식이 교차되게 했다.


우리 엄마는, 항상 이럴때 쇼부를 건다.

"이번 시험에 일등 을 하면 보내 주겠다."

나는 이를 악물고 공부하여 반에서 일등을 했고;;;

엄마가 준 회비를 태권도장 관장한테 갖다드렸다.


그런데 나는, 스키란것은

그냥 스키장에 가서 그냥 타면 되는건줄 알았는데;;

스키장 가는 날짜가 다가올수록

애들이 '스키복' 얘기를 하는거다.


'이 얘기 하면 맞아죽을텐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집에가서 스키복 얘기를 꺼냈고

항상 옷을 사면, 3년뒤-_-까지 맞을 사이즈로 사오던 엄마.


"이녀석이 스키장까지 보내준다니까 드디어 간이 배밖에 나왔구나!!!!!!"

나는 그 욕을 들으면서

'그냥 간이 부었구나 정도로 그치면 덜 슬플텐데;;;'

라며 울먹거렸던 기억이 난다.

뭐, 배밖...까지 나왔....다는건 좀 심하지 않은가 말이다-_-


여행날짜가 정해지자, 애들은 스키복을 입고 태권도장에 오곤 했다.

가만히 지켜보던 나.


"아, 스키복이란게 보니까 그냥 알록달록한 츄리닝이구나?"


나는 스키장에,

등판에 '금강체육관' 이라는 노란 글씨가 박힌

태권도 츄리닝을 입고 가기로 했고


"날씨가 추운데..." 라며 걱정하는 어머니는

태권도 츄리닝 위에

청바지를 겹쳐 입기를 종용하셨으나;;;


'스키복은 츄리닝' 이라고 나는 끝까지 우겨

대신에 청바지 위에 태권도 츄리닝을 입는 코디를 했다.



하얀 설원.

색색의 스키복과

그게 '고글-_-' 이라는걸 처음 들어본 뭔가 폼나는 안경.

물론 나도 고글을 사달라고 하긴 했으나


"이 미친놈이 이젠 간이 배밖에 나와서!!!!!!!!!

어린애가 선글라스가 무슨 필요가 있어!!!!!!!!!!!!!"


아 네 -_-;


고글과 털모자, 그리고 스키파카랑 스키복.

내가 지금 생각하더라도

곤색 바탕에 빨간 줄무늬에다;;

'금강체육관' 이라는 노란 글씨가 박힌 츄리닝을 입고

거기에다가 아랫도리는

마치 속에 청바지라도 껴입은것처럼;;; 두리뭉실한 녀석.

그 녀석이 그냥 벌벌떨고 서있는것까지는 귀엽게 봐줄수도 있는데


다른 회원들은

엄마가 '만원' 씩 더준 돈으로

리프트를 타고 위로 올라가는데


그런 끝내주는 코디를 한 국삐리녀석이

스키를 신은채로 옆걸음;으로;;;; 산 정상까지 올라가려다가


"에잇 씨발 ToT" 하며;;;


그 스키를 벗어, 어깨에 짊어지고;;;

스키화를 신은 발로 낑낑대며 걸어-_-올라가는 모습은

좀 불쌍할꺼같다는 생각이 든다-_-


나는 그때 스키장에 처음 가본 것이고

지금이야... 뭐 줏어 들은 풍월로


"스키를 타고 내려오다가 멈추고 싶으면

스키 앞부분을 ^ 자로 모으면 된다." 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때는, 스키를 타고 내려오다가 멈추고 싶으면

넘어졌다-_-

뭐, 그 이상의 방법이 생각이 나야지.


따라서, 태권도장 츄리닝, 청바지

그리고 안에 입은 내복은

아주 빠른 시간 안에 축축하게 젖어들었고

이윽고 단단하게 얼어붙었다;


거의 '얼음갑옷' 수준의 의상을 온몸에 두르고

그래도 지기 싫다고;;;낑낑대며

다시 스키를 벗어 어깨에 짊어지고 걸어서 위쪽으로 올라간 후

한 20미터 내려오다가 멈추기 위해 넘어지는 일을;;;

나는 짧지는 않은 시간 동안 반복했다.


얼음옷을 입으면

배가 아프다-_-


나는 존나게 똥이 마렵기 시작했다-_-

그래서, 나는 스키를 벗어 어깨에 짊어지고

폴 두개는 왼손에 들고

그 거북한 스키화 차림으로

터벅터벅 화장실을 찾아 걸어갔다.


스키화로 눈길을 걷는건 그나마 좀 쉬운 편인데

시멘트길을 스키화로 걷는것은-_-

아아, 로보캅이 참 힘든거구나.... 라는 생각이

절실히 들게 만드는 일.

그 짧은 거리를 걷는데는 무지하게 오랜 시간이 걸렸고

녹슨 양철나뭇군과 같은 동작으로

매점 건물안으로 들어선 나는


'쩔겅' (스키화가 바닥에 닿는 소리)

'퍽!' (설사터지는소리;;)

'쩔겅'

'퍽!'


을 반복하며, 화장실로 기어들어갔다;;

무거운 스키화를 신은 발을 공중에 들어올리려니까

자동적으로 배에 힘이 가해지더라고 -_-


예상대로, 내복은 똥 천지였다-_-

화장지로 존나게 문질러서

처음에 무럭무럭 김이-_-나는

마스타드 소스가 발라진것과 같은 내복을

그냥 옅은 갈색으로 얼룩덜룩하게 물들인;;;

그런 수준으로 만든 후

엉덩이랑 허벅지도 깨끗이 닦고;;;

한참 뒤 화장실을 나섰다.


하하, 그런데 거 왜 있잖은가.

화장실에서는 다 싼거 같은데

화장실 나오는 순간 다시 존나 마려운거 말야;;;;;


차가운 갑옷을 다시 걸치자

나는 다시 똥이 마렵기 시작했고...


'쩔껑'

'퍽!'


-_-;;;;;;;;;;;;;


위의 과정을 한번 더 반복했다.

나는, 그냥 편안히 매점 현관 앞에서 서서

다른 체육관 친구들이

신나게 스키타는것을 구경했다.


이것이,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스키장 경험이다.



나는, 지금도 애들이 스키장 가자고 그러면

그때의 생각때문에 갈수가 없다.

'스키' 라는 말만 들어도 아랫배가 아파오니 말이다.


그리고, 친구들이 스키장 간다는 소리를 하면


"이야, 저집은 참 돈이 많네!!!!"


라는 진심어린 감탄이 우러러나오고

중고등학생들이 스키장 간다는 소리를 들으면

그냥 욕이 터져나온다.


스키 일습에다가 스키복, 고글을 어떤 돈으로 샀단 말인가.

'고작 일년에 한두번 탈껄 가지고.'(이건 우리 엄마 말이다;;)



지금 이나이에 스키장 가는건

솔직이 스키를 탈려고 가는게 아니라

스키타면서 여자꼬실려고 가는거긴 하지만


내가 총맞았냐. 스키장에서 여자 꼬시게.

파카로 몸가리고, 고글로 얼굴가려놨는데

어떤 등급으로 여자를 고르란말야.


스키장 가는 시간에

난 그냥 술이나 마신다.

따지고 보면, 이게 제일 편하거든.


그리고, 스물 여덟살이나 먹은 녀석이

돈 많은 엄마를 가진 여섯살박이 틈 사이에 끼어


"나가다가 멈출때는 스키 앞부분을 ^ 자로 모으세요~!"


라는 말을 듣고 있는것도 참 짜증나는 광경이고


그 어린 여섯살박이 녀석이

태연히 그 비싼 리프트에 타고 위로 올라가는걸 보면


"넌 스키 메고 걸어올라가!"


그냥 걷어차서 떨어뜨리고 싶을꺼같아서 말이지-_-




근데, 사실은

나도 스키장에 가고 싶다고.



남자 인터넷 - 불기둥닷컴 -_-++


젊은시절에 죽은사람들이 아름다운 것은, 그들이 혼자만
세상에서 사라긴 게 아니라, 그들이 품었던 세계의 꿈도
함께 우리 곁에서 멀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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