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판을 쳐다 보았다. ┌───────────────┐ │ 중간성적 │ 중간성적 2위였다. │ │ │ 1위 8중대 3승 2무 1패 │ 최우수를 하려면 아직 남아 │ 2위 4중대 3승 1무 2패 │ │ 3위 11중대 2승 3무 1패 │ 있는 축구종목을 우승해야 │ │ └───────────────┘
한다. 다행히 축구도 우리는 준우승까지 올라가 있었고 드디어 결승전을 앞두고
기간병들은 초긴장을 했다.
그날 축구는 내가 본 축구중에 가장 숨막히는 대결이었다. 2대 1로 우리 4중대가
지고있는 가운데 후반전 마저 10분밖에 남지 않았다. 훈련기간 내내 무서운
인상만 심어줬던 최창인 상병이 온갖 재롱을 다 떨며 응원도 하고 소리도 질렀지만
이쯤되자 기세가 꺽여 버렸다. 모두들 포기하기 시작했고, 시간은 5분정도가
남았을 때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 삐이이익........반칙 ......"
상대팀의 반칙으로 심판이 후리킥을 선언했고 모두의 기대속에서 우리 팀이 날린
골은 물론 성공했다. " 고울인......" 터질 듯이 울리는 함성..........
드디어 동점... 남은시간 3분여...
모두가 긴장하여 지켜보는 가운데 우리팀이 한골을 기적적으로 먼저 넣는 바람에
축구우승을 차지했고 따라서 우리중대는 종합우승을 하게 되었다. 그 결승 한골이
터지는 순간 우리가 던진 훈련병 모자는 하늘을 뒤덮었고 함성은 그칠줄을 몰랐다.
최창인 상병은 너무 기쁜 나머지 한 훈련병과 얼싸안고 덩실..덩실..기뻐하고
있었다. 다른 기간병들도 모두들 해냈다면서 기쁨에 겨워 난리였다.
중대로 돌아오자 전라도 사투리가 구수했던 우리 중대장은 입이 찢어져라
좋아하면서 웃음이 떠날줄을 모른다. ( ^ㅡㅡㅡㅡㅡㅡㅡㅡ^ )
" 흐흐........수고혔어........수고혔어.........."
약 열흘동안의 체육대회에서 너무 정신과 힘을 소모했기에.. 우리는 모두 지쳐
버렸다. 그리고 퇴소할 때서야 알게 되었다.
체육대회 최우승에 대한 상은 그 중대 기간병들의 특박이라는 것을....!
<70> 비속에서의 유격.
비가 내린다.
이젠 벌써 늦가을인데두 마치 장마가 다시 온 듯 자주 비가 내린다.
비는 사람을 감상적으로 만든다. 하지만 우린 사람이 아닌 군바리..-_-;
" 제기럴.....또 쏟아붓는군. 어떻게 훈련받지? 에잉.."
" 비가오면 휴식시간에 담배도 못피고...에잉.."
모두 현실적인 생각만 하며 판쵸우의를 입고 집합했다. 판쵸우의는 저번에
설명했지만 좀더 보충하자면 미국서 만든 우의로써 우비뿐 아니라 다용도로
쓰게끔 만들어진 것이다. 크게 쫙 펴면 직사각형이 되기 때문에 판쵸우의 2개가
있으면 간단한 텐트도 칠수가 있고, 한 개가지고도 태양가리개 휴식처를 만들 수
있다. 그렇기에 판쵸우의의 테두리에는 줄로 이을수 있도록 쇠구멍이 뻥 뻥 뚫려
있는 것이다.
비를 맞으며 오랜시간 동안 걸은 뒤 유격훈련장에 도착했다.
물론 오늘은 종합유격훈련을 받는 날이고 그동안 유격훈련을 받기 위해서 많은
예비훈련을 받았었다. 하지만 그것들을 일일이 다 기록할순 없다. 왜냐하면.....
귀찮으니깐.....-_-; 각개전투처럼 종합해서 훈련 하는날이 바로 오늘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 논산 286기는 재수가 좋았다. 비가 오는 바람에 FM 대로 다 하지를
않았던거다. 하사의 호각소리에 따라 침투복을 입고 진흙탕 길에서 마구 뒹굴었다.
속옷까지 다 흙탕물로 젖어버렸다.
▩진흙이 배어들은 팬티, 런닝은 암만 빨래를 해도 잘 안지워진다. 종합유격하는 날은 A급 속옷말고 B급이나 C급을 입고 가는게 좋다. 자대가서도 유격훈련을 받게 되는데 그 유격은 훈련병때 유격과 틀리다. 훈련병때보다 수십배로 힘이 든다고 생각하라 ▦
미끄러운 외나무 다리를 지나고 각형각색의 장애물들을 지나고 줄을 타고
통나무를 넘어서 뛰어내리고 웅덩이 파져있는 구역을 그네를 타고 지나가고..
----이 웅덩이에는 맑은날에도 물이 고여있다. 썩은 물이------
조교가 보여주는 그네 시범을 실제로 해보면 어렵다.
줄을 타면서 두다리를 공중으로 번쩍 들고 머리는 아래로 향하는것인데..
거의 대부분이 그네에서 떨어져 물에 머리를 쳐박게 된다.
진흙땅을 마구마구 기어가고 ..........그렇게 진흙속에서 딩굴기만 하다가
유격훈련을 무사히 마쳤다. 나중에 중대로 돌아와서 보니 손바닥에 좁쌀만한
모래알갱이들이 마구 박혀 있어서 조그만 면도칼로 하나하나 후벼 판다고 쌩고생을
했다. 공포영화 찍는 기분이다. 쩝.
하지만 우리들은 이제 힘든 5대훈련중에서 4가지씩이나 해낸 것이다.
" 하하.....퇴소가 다가오는구나..후후후."
마치 모든 훈련을 다 해낸 것 같은 기쁨에 겨워 하루하루 퇴소식만 기다리고 있었다.
마지막 남은 행군훈련이 얼마나 무서운 훈련인줄 짐작도 못한채...
<71> 마루타.
언제부터인가 배가 무척 아프다.
' 사돈도 없는데 왜이렇게 아프지? '
낮에는 괜찮은데 밤만 되면 엄청 쓰리고 위장이 배배 꼬이는 듯한 통증이 온다.
통증이 얼마나 심했든지 길거리에서 잔다고 해도 5분안에는 잠들수 있는 내가,
1시간동안 잠을 못 이뤄서 배를 잡고 뒤척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렇게 겨우 겨우
잠이 들면 문득 귓가에 속삭이는 소리 하나.....!
" 야..150번....불침번 서라 -_-;"
눈을 뜨는 순간 다시 위장이 아파오기 시작한다. 정말 견디기 힘들정도였다.
군에서는 아픈거 만큼 서러운게 없다. 왜냐하면 그걸 알아주고 돌봐주는 사람이
절대루 없기 때문이다. --------------------------------------------------- ----------------------- -- 독자님 : 영화를 보면 전우가 힘들어 할때 대신 군장도 들어주고,
불침번도 대신 서주던데요 뭘....
리앨 : 에이리언이 실존하는 괴물인가요? 영화일뿐이랍니다.. ---------------------------------------------------- ---------------------- -- 진정, 집의 따뜻한 어머님 손길이 그리운때가 바로 아플때이다. 특히 훈련병때는
좀 아프다고 해서 의무실에 갈수있는것도 아니다. 참아야 할뿐..
다시 1시간동안 고통스러워 하다가 근무가 끝이 나면 겨우 겨우 잠들고.....
이런생활이 계속되자 할수없이 일석점호시간에 환자 파악할 때 앞으로 나가서
말을 했다. 그랬더니 점호마치고 막사앞에 집합하란다. 점호를 마치고 나가보니
다른 훈련병들도 여러명이 있었고 같이 모여서 의무반으로 갔다. 의무반에는 어떤
멍청하게 생긴 일병이 앉아서 약을 나누어 주고 있었다.
' 으음..웬지 믿음이 안간당......살충제를 실수로 나눠주는건 아닐까? '
누가 기간병 아니랄까봐 의무병마저 우릴 갈군다.
" 이 새끼들이 얼마나 빠졌으면 아프고 난리야? 모두 한줄로 서봐..."
" 자 다음.......넌 뭐야? " 그녀석이 증상을 말하기 시작했다.
" 저 아침을 잘못먹었는지 배가....머쓱거리고....."
" 열나 빠졌군...옛다........식후에 먹어.. 다음..넌? "
" 전..........발이 이렇게 됐어요. "
" 어디봐......엇? 봉와직염이군....옛다...약.....앞으로 그발은.....
이러쿵 저러쿵 왈라궜라해서 나아야 할꺼야.. 아직 심각한건 아니니.."
▩군대 입대하기전엔 듣도 보도 못한 증세.......봉와직염.. 옮는게 마치 벌집과 같다고 해서 붕와직염이라고 불리는 이 증세는 화농균이 조그만 외상이나 궤양등으로 침입해서 화농을 가져 오는걸 말한다. 쉽게 얘기해서 군화땜에 생긴 발의 상처로, 군화독이 옮는 증세를 말하는거다. 붕소직염이라고도 하는데 이런증세가 있으면 바로 치료를 해야한다.▦